[여행의 향기] 유달산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그곳엔 '목포의 눈물'이 흐른다

입력 2016-07-31 15:34   수정 2016-07-31 15:37

낭만과 예술의 도시 - 목포


[ 목포=정윤주 기자 ]
목포는 무언가 퇴락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야기를 잃어버린 무미건조한 도시. 목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목포의 속살을 걷다보니 그것은 완전히 편견이었습니다. 유달산에 오르고 일제 강점기의 근대 역사 거리를 걷고 이순신 장군 유적이 있는 고하도까지 휘둘러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의외로 목포는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게다가 여름철 맛볼 수 있는 기막힌 민어까지 있으니 이만 하면 넘치도록 사랑스러운 도시가 아닐까요?

목포사람들의 마음의 중심, 유달산과 노적봉

거대한 바위산인 유달산은 든든한 아버지 같다. 228m로 높지는 않지만, 목포의 중심에 서 있는 모양새가 당당하다. 유달산 둘레길의 시작점은 노적봉이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은 이 거석 봉우리를 짚과 섶으로 둘러싸 마치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를 본 왜적들은 엄청난 군세에 놀라 후퇴했다는 전설이 숨겨진 곳이다. 눈으로 직접 보니 노적봉은 압도당할 만큼 높지도 크지도 않다. 노적가리로 거석 전체를 덮을 만한 규모다. 노적봉 이야기가 과장된 전설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역사적인 사실로 다가온다. 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계속 돌계단이다. 기암괴석이 우뚝 솟은 정상 근처는 가파르지만 나머지는 완만하다. 유달산의 최고봉인 일등바위에 서니, 발 아래로 목포 앞바다가 일렁거린다. 고하도와 목포대교 사이로 손톱만 한 배들이 평화롭게 오고 간다. 먼 바다에는 다도해의 섬들이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산맥을 이룬다. 유달산 둘레길은 왕복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유달산 중턱에는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노래비가 있다. 걸그룹 시조라 할 수 있는 이난영은 1939년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최초 5인조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를 만들고 리더로 활약했다. 심지어 두 딸과 조카딸까지 혹독하게 트레이닝 시켜 3인조 걸그룹 ‘김 시스터즈’로 만들어 미국에 진출시켰다. 1962년 그들의 노래가 빌보드 싱글 차트 7위까지 올랐고, 비틀즈가 출연했던 TV쇼에도 22번이나 출연했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스타를 키워낸 최초의 여성 프로듀서였다. 올해는 이난영 탄생 100주년. 유달산에는 아직도 그녀의 구성진 노래가 나직하게 울려퍼진다.

충무공의 유적지가 있는 고하도

‘높은 유달산 아래 있는 섬’이라서 고하도(高下島). 목포 앞바다에 방파제처럼 배수진을 치고 있다. 목포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고, 두려움 없이 적 앞에 나선 용사의 모습이랄까. 실제로 이 섬은 임진왜란 때 떼굼?지켜준 수호자였다. 1597년 충무공은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이곳에서 108일 동안 전력을 재정비했다. 고하도는 영산강의 내륙수로 서남해 바닷길이 만나는 관문에 있다. 충무공은 이곳을 지나는 어선들에 통행첩을 발행하여 군량미를 마련하고 40척의 군선도 건조했다.

충무공 기념비를 모신 모충각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죽어서도 장군을 호위하는 조선 수군의 당당한 기개를 보는 듯하다. 기념비는 조선 경종 2년 1722년 이순신의 5대손 이봉상이 완성했다. 일제 강점기 야산에 버려진 비석을 광복 후 주민들이 찾아 다시 세웠다. 비석에 일본인들이 쏜 총탄의 흔적이 있다. 무더위에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역사의 아픔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지 않는 상처처럼 덧나는 것임을 깨닫는다.

미식가들을 들뜨게 하는 민어

여름 민어는 전국의 미식가를 들뜨게 한다. 6월 말에서 8월까지 산란기의 민어는 살이 통통하다. 알을 품은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맛있다. 큰 것은 1m가 넘으며 10㎏이 넘어야 제맛이 난다. 삼복더위 들머리에 신안 임자도 해역에서 잡은 민어를 최고로 친다. 잡힌 민어는 거의 목포로 온다. 목포 ‘민어의 거리’를 꼭 가야 할 이유다.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최고의 여름 보양식이었다. ‘민어탕이 일품, 도미탕이 이품, 보신탕이 삼품’이라고 했다. 백성이 즐겨 먹어 민어(民魚)라는데, 요즘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싸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민어 부레와 껍질. 살짝 데쳐 참기름 소금恙?찍어먹는다. 민어는 숙성한 선어회로, 나머지는 탕으로 먹는다. 하얀 접시 위에 민어의 연분홍 살빛이 복사꽃처럼 어여쁘다. 목포가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호사를 누려볼까?

목포=정윤주 여행작가 traveler_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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