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고향…애틀랜타서 마거릿 미첼의 흔적 더듬다

입력 2016-10-23 16:41   수정 2016-10-23 16:42

소설 속 스칼렛의 고향 '타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장소

타라 닯은 '스완 하우스'
남부의 옛 정취 고스란히 느껴

약사가 만든 코카콜라
CNN방송국 스튜디오
터너 필드 볼 파크 등

소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속으로 남부의 옛 정취를 느끼다, 스완 하우스
다운타운의 중심, 펨버턴 플레이스CNN센터부터 터너 필드 볼 파크까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코카콜라, CNN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주도 애틀랜타에서 시작됐다. 소설가 마거릿 미첼은 애틀랜타의 집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썼고, 1886년 약사 존 펨버턴은 코카콜라를 만들어냈다. 1980년 6월1일 첫 방송을 탄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CNN도 애틀랜타가 본거지다. 이들의 고향 애틀랜타는 3색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강렬하고, 콜라처럼 청량하고, CNN처럼 생생하게 말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명대사를 남긴 할리우드 고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는 미첼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미첼은 원래 애틀랜타 무대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던 ‘애틀랜타 저널’의 기자였다. 다리를 다쳐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다가 남편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서재가 따로 없어, 거실의 작은 테이블 위에 레밍턴 타자기를 두고 타닥타닥 써 내려 갔다. 틈틈이 원고를 쓰다 보니 10년째 미완성이었다. 미첼은 거절당하더라도 출판사에 보여나 주자는 심산으로 미완의 원고를 내밀었다.

두툼한 원고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를 무대로 여주인공 스칼렛이 겪는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스 대작이었다. 시대적 배경은 1861년의 남북전쟁 발발부터 1865년 종전 이후를 아우른다. 편집자는 읽자마자 계약을 맺자고 했다. 1936년 6월 출간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출간 6개월 만에 100만부 이상 팔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미첼은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화도 좋지만 원작 소설을 더 사랑하는 팬들은 애틀랜타에서 미첼의 발자취를 더듬는 데 여념이 없다. 미첼이 살았던 ‘마거릿 미첼 하우스’를 찾았다. 소설을 쓴 배경을 보여주는 전시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건 소소한 부분까지 재현해 놓은 작가의 책상이었다. 응접실 한구석의 작은 테이블 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썼던 그 레밍턴 타자기가 놓여 있고, 타자기 옆 찻잔이 놓인 봉투 위에는 커피 자국이 남아 있었다. 테이블 아래엔 구겨진 종이가 뒹굴었다.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면 타자기를 수건으로 덮어놓고 친구들을 맞이했다는 일화를 증명하듯 의자에는 수건이 걸려 있었다. 미첼이 여기 앉아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디선가 타이프 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원고가 잘 써지지 않는다며 종이 구겨 던지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타라는 어디 있어요?” 마거릿 미첼 하우스를 둘러본 여행자들이 흔히 묻는 말이다. 주인공 스칼렛이 악착같이 지켜낸 고향, 타라(Tara)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장소다. 대신 애틀랜타의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약 9㎞ 거리에 스칼렛의 고향 집과 꼭 닮은 스완 하우스(Swan House)가 있다.

애틀랜타 역사 센터에서 복원한 스완 하우스는 남부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스칼렛이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실제로는 에드워드 인먼(Edward Inman)이라는 부호가 유명 건축가를 고용해 1924년부터 4년간 지은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기묘하게도 에드워드는 스완 하우스에 입주한 지 4년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대신 에드워드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가 1965년까지 살았다. 응접실, 서재, 주방, 침실은 물론 하녀의 방까지 원형 그대로 복원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지어 각각의 공간에 어울리게 당시 입던 옷까지 전시?놨다.

스완 하우스를 둘러본 뒤엔 ‘스완 코치 하우스(Swan Coach House)’에서 남부의 맛을 느낄 차례다. 스완 코치 하우스는 저택의 옛 마구간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옛 남부 여인들의 사랑방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지금도 애틀랜타 사람들에겐 일요 브런치 모임이나, 소규모 파티 장소로 인기다. 브런치로는 치킨 샐러드에 신선한 과일을 얼려 만든 프로즌 푸르트 샐러드를 곁들여 먹는 ‘스완 페이보리츠(Swans Favorite)’가 유명하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포르즌 푸르트 샐러드는 스완 코치 하우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메뉴다. 식사 뒤엔 드넓은 정원을 산책해도 좋다.

애틀랜타 다운타운 탐방은 펨버턴 플레이스(Pemberton Place)에서 시작했다. 펨버턴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Cola)’ ‘조지아 아쿠아리움(Georgia Aquarium)’수족관, CNN 센터 등 애틀랜타의 명소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늘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곳은 코카콜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월드 오브 코카콜라다. 내부에는 해피니스 팩토리 영화관, 코카콜라 제조비법 보관소, 코카콜라 팝아트 전시관 등 호기심을 유발하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쾌활한 기운이 넘치는 가이드가 들려주는 코카콜라의 역사도 흥미롭다. “코카콜라 만든 이가 애틀랜타 출신 약사 존 펨버턴이란 걸 아세요? 여러 약제를 조합하다 우연히 캐러멜 색 시럽을 만들었어요. 그 시럽에 탄산수를 타서 손님에게 맛 보였더니 반응이 좋아 5센트에 팔기 시작했지? 그 당시 하루 평균 9잔 팔리던 코카콜라가 지금 하루에 얼마나 팔리는지 상상이나 되세요? ‘코카콜라(Coca-Cola)’라는 이름을 지어 준 프랭크 로빈슨도 몰랐을 거예요.”

코카콜라가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한 것은 아사 캔들러(Asa Candler)가 코카콜라 사업권을 사들인 뒤부터다. 1915년부터 S라인 병에 담아 팔았고,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대회부터 올림픽 후원을 했다. 2차 세계대전 뒤엔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 광고 캠페인도 펼쳤다. 자유롭게 전시관을 보고 나면 무한 시음 코너가 대미를 장식한다. 페루의 잉카 콜라 나라별로 다르게 선보인 탄산음료를 맛볼 수 있다.

CNN센터는 코카콜라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애틀랜타의 관광명소다. CNN센터는 뉴스의 대명사 CNN 방송국의 본부 건물로 내부의 뉴스 스튜디오를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투어에 참가하면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를 엿볼 수 있다. 비록 유리 너머지만, 화면으로만 보던 앵커의 진행을 보면 보다 넓은 세상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단, 개별적으로는 볼 수 없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CNN센터보다 터너 필드 볼 파크다. 소풍가듯 와서 맥주를 홀짝이며 여유롭게 야구를 즐긴다. 반나절쯤은 현지인처럼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곳을 찾았다. 마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San Diego Padres)의 경기가 열렸다. 관중들은 홈팀이 수비할 땐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彭奮?땐 손에서 맥주도 놓고 경기에 몰입했다. 경기의 중반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의 한 선수가 홈런을 쳤다. 맥주와 핫도그에 한눈을 판 게 미안할 정도로 멋진 홈런이었다. 점점 경기가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응원 열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도끼질하듯 팔을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응원했다.

브레이브스란 인디언들이 전사를 부르는 ‘브라보스(Bravos)’에서 따온 말로 용감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래서 응원 도구도 인디언들이 쓰던 도끼 ‘토마호크 찹(Tomahawk Chop)’을 쓴다. 결국 전광판은 ‘Braves Win!’이라는 글씨가 장식했다. 자리를 떠나는 애틀랜타 사람들의 표정에서 승리의 기쁨이 묻어났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며 야구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어깨위로 애틀랜타의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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