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③ 종로토박이 세종시민으로···세종 인구 급증, 그 까닭은?

입력 2015-12-04 00:00   수정 2015-12-08 16:28



세종시 범지기마을 아름동 주민센터.

옛날 말로하면 동네 동사무소인데, 요즘 이곳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 주민센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전입신고 등 각종 행정문의와 함께 자녀들 학교 관련 문의를 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세종시 교육청은 아예 주민센터에 현장 상담소를 차려놓고 직원을 상주시켜 원스톱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다. 워낙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종시로 이사를 오다보니 이런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 역시 세종시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살고 있는 아름동에 이사를 온 뒤 지난 10월26일 전입신고를 했다. 명실상부한 세종시민이 된 것이다.

처자식은 서울에 있어 혼자 살고 있는 터라 사실 굳이 세종시로 전입신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세종시에 온 지 석달이 지나도록 계속 뜨내기 느낌이 들고 ‘우리 동네’ 감정이 생기지 않아 안착 방법을 생각하다 ‘전입’을 결심했다. 세종주재 기자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세종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곧바로 공식 서류부터 바꿔야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거주하고 있는 아름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기자: “저 서울에서 왔는데 전입신고 어떻게 하나요?”
직원: “본인이면 신분증 갖고 바로 오셔서 하면 됩니다.”
기자: “그럼 세종시민이 되는 건가요?”
직원: “그렇지요...전입신고하시면 세종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기자: “그럼 세종시민이 되면 뭐가 좋은 게 있나요? 주말에는 서울에 있기 때문에 선택의 상황이라 장점 같은 거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직원: “혹시 젊으시면 자녀 낳으실 때 1명당 출산 장려금 12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 “아, 그래요? 근데 저는 이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없는데...나이도 많이 먹었고...”
직원: “하하하,,,그럼 솔직히 서울에서 전입한다고 따로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전화를 끊고 전입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왠지 그냥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곧장 주민센터를 찾아가 전입신고를 했다. 출산장려금 받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소속감을 갖고 싶었다. 세종시민의 소속감 말이다. 그래야 이곳에서 쓰는 기사에 힘이 붙고 피부에 와 닿는 취재를 할 것 같았다. 순전히 직업정신 발동으로 그렇게 전입신고를 마쳤다.

이로써 2015년 10월26일부로 유은길 기자는 세종시민이 됐다.



그런데 전입신고 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전입신고’는 단순하고 편하게 했지만 ‘세종시민’이 됐다는 것은 결국 ‘서울시민’ 포기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45년 인생동안 한 번도 서울에서 주소를 뺀 적이 없었다. 미국 연수와 군 입대가 집을 떠난 유일한 시기인데, 그때 서울 주소를 옮길 필요가 없어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서울시민이었다. 그런데 평생의 처음으로 종로토박이 인생을 엉겁결에 접어버린 것이 아닌가?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1번지 종로구.
우리나라 거물급 정치인들은 늘 종로 지역구 당선을 대권의 발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투표에 참여하는 종로토박이로서는 왠지 모를 자부심과 한국의 중심, 6백년 수도서울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종로는 고사하고 서울 투표권을 완전히 접은 셈이 돼 버렸다.

이렇게 45년 서울시민의 삶을 버리고 난생 처음으로 수도를 떠나 엉겁결에 세종시민이 됐다.




이렇게 외지에서 세종으로 온 ‘엉겁결 세종시민’들은 생각보다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공무원 이주 숫자로만 계산되지 않을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세종시로 유입되고 있다.



2015년 11월말 현재 세종시 인구는 내국인 206,044명 외국인 3520명 등 모두 209,564명이다. 올해가 가기 전 21만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전인 2010년 이곳 인구가 8만명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율이다. 세종시 인구는 2010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매년 큰 폭의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아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12년에는 36.2%라는 놀라운 인구 증가율을 보이며 처음으로 인구 10만명대의 도시가 됐다. 서울과 과천에서 세종청사로 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들의 이전이 본격화된 해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2013년에는 소폭의 증가세만 유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법제연구원 외에 이렇다 할 큰 기관이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4년에 다시 27.5%라는 눈에 띄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인구가 급증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주요 국책연구기관들이 대거 이전 대열에 다시 합류한 결과다.

2014년까지 중앙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세종시 인구는 158,844명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종시 인구 증가에서 주목할 대목은 바로 올해 2015년이다.

왜냐하면 올해 2015년에는 별다른 정부기관의 이전이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파른 인구증가율이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올해 12월말까지 세종시 인구를 21만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올해 증가율은 무려 32.2%가 된다.

최근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지난 2012년과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에는 정부부처가 대거 세종시로 내려왔을 때이고 올해는 이전 기관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는 놀라움 그 자체다.

여기에 올해는 인구 20만명대에서 증가율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단순 인구 증가 숫자는 2012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다. 2012년에는 단순 인구 증가 숫자가 30678명이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인구 21만명을 가정할 경우 지난해 보다 51156명이나 더 증가하게 된다. 2012년 인구증가의 사실상 두 배에 가까운 증가다.

정부 기관 이전이 한 곳도 없는 올해, 이런 인구 급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종시는 올해 전국에서 인구증가 관련 기록으로는 단연 금메달감이다.

통계청의 ‘2015년 10월 국내 인구이동’ 자료는 전국에서 세종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유입됐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2015년 시도별 순이동, 즉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순수한 유입인구는 경기도가 939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세종으로 4084명, 그 다음은 울산으로 1477명이었다. 순유출은 서울이 -149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부산으로 -1756명, 그 다음은 대전으로 -1716명이었다. 순유입이 가장 많았던 경기도는 여러 도시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단일 도시 개념으로는 전국에서 세종시가 가장 많은 인구를 빨아들인 셈이다.

‘인구 백 명 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 지표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10월 중 ‘인구 순이동률’에서 세종은 2.03%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한 제주도가 0.22%인 것을 감안하면 세종시 만큼 인구유입이 크게 이뤄진 곳은 우리나라에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을 통계수치는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세종시가 이렇게 순이동률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 10월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2년간 압도적인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아마도 이 기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순유출이 가장 큰 도시는 서울과 대전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대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도 옮겼지만 세종으로 다수 이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세종시에 거주를 시작한 외지 출신 사람들은 대전을 비롯해 서울 수도권에서 이전해온 사람들이 많았고, 인근 도시인 청주와 공주에서 넘어온 사람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통계치로 확인이 가능하다. 아래 표는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 10월 세종시로 순유입된 인구는 4084명인데, 이전 전출 지역을 보면 대전지역과 수도권이 많았다. 서울 한 곳으로만 보면 299명이지만 인천 경기를 합해 수도권으로 보면 929명이다. 결국 서울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과 함께 청주가 있는 충북, 공주가 있는 충남 등 세종 인근 지역에서 대거 세종시로 이사를 온 것이 확인이 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함의가 있는 것인가?

세종시청 관계자는 “세종시의 생활 여건이 점차 좋아지면서 인근 지역에서 이쪽으로 유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올해 정부기관 이전은 없었지만 도시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세종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스마트교육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지역 학부모들의 교육수요가 새롭게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점차 상권이 형성되면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업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지난 10월26일 세종으로 전입신고를 한 본 기자와 같이 업무상 이쪽으로 들어오는 근무자들도 역시 점차 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요소들이 세종의 10월 순이동률 2.03% 기록에 한몫 거든 셈이 됐다.

올해 세종시 인구증가는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공무원 이주수요 때문이 아니다.
물론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정주율이 높아지면서 뒤늦게 이전에 합류한 공무원들의 증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다.
그 보다는 이제 민간인들이 이전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세종시 인구는 당초 목표치인 15만명에서 6만명이나 뛰어넘는 21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 인구 30만명 목표치도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이미 내년에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세종시에 추가 이전하기로 되어 있다.

내년 인구 증가율 전국 1위도 예약해 놓은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 가깝게는 대전과 청주 공주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세종으로 몰려오고 있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의 자발적인 합류가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세종에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 도시 세종에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어찌됐든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도시성장은 인구유입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어느 한 그룹의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세종 역시 ‘사람이 미래다’

그 사람들이 비전과 꿈을 세종에서 맘껏 꽃피울 수 있도록 총리실과 국토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청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도시인프라 구축과 활성화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취재를 담당하는 유은길 기자가 정부 정책 뒷얘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세종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세종특별시 이야기’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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