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기재부 감사패 받은 최경환 부총리, 국회서 국민 감사패도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5-12-31 11:33   수정 2015-12-31 13:57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5년 12월3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지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곧바로 정부세종청사로 내려왔다.

같은 날 오후 2시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들른 최 부총리는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1년반 재임기간 동안의 소회를 밝힌 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국회로 돌아가기 전 휴대폰 없는 세상에서 며칠 푹 쉬고 싶다”

한 시도 쉴 틈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경제부총리로서의 고단함이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실제로 그랬다.

최 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각 종 국제회의를 비롯해 국내외 경제행사는 물론 청와대와 국회, 서울과 세종청사를 거의 매일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들을 모두 소화했다.

빡빡한 일정의 국제회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아침, 세종청사(세종시)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곧바로 국회와 정부 회의(서울시)에 연이어 참석하는 것을 보고 이 분이 사람인가 하고 의심했을 정도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는 몸은 피곤했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이만하면 그래도 잘했다’ 하고 스스로 합격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마지막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처음 부총리 내정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십자가를 어떻게 지나하고 암담한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당시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세월호 사고 여파로 국내 정치와 경제가 극도로 얼어붙어있는 시기였다. 이후 좀 경제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메르스 사태로 경제위기는 지속됐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내수경기의 불씨를 살리고 연말에는 국제신용평가 기관들로부터 사상 최고의 국가 신용등급까지 받았으니,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질만하다.

최 부총리는 “수십년간 누적된 적폐를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자신이 취임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첫 발을 내딛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여기에 직원들로부터 퇴임을 앞두고 감사패까지 받았으니 그 만족감은 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30일 오후 최경환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노조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매년 기재부 직원들은 과장 이상 장차관까지를 대상으로 해서 가장 존경하고 따를 만한 선배를 투표로 뽑는데, 올해는 최경환 부총리가 선정된 것이다.

역대 기재부 장관 중에서는 앞서 지난 2012년 받은 박재완 장관에 이어 최 부총리까지 딱 두 사람 뿐이라고 한다.

부하 직원들로부터 진심어린 감사패를 받아 든 최 부총리는 퇴임의 길이 외롭지 않고 재임기간을 보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 직원들의 이런 감사의 마음에는 선배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기재부내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담겨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 수장으로 부임한 뒤, 기재부내 인사적체 해소에 발 벗고 나섰고,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 강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채워준 것이다.

이 덕분에 기재부 출신의 많은 직원들이 해외 국제기구로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다른 경제부처로 승진 이동했고, 기재부 인사들이 주요 경제정책의 지휘자로 결정권을 주도했다.

이러니 기재부 직원들이 최 부총리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일했을 때 승진이라는 보상과 함께 정책결정의 권위라는 명예까지 주었으니 어느 공무원 후배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차승원 기재부 노조위원장>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항상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 직원들의 무한 감사는 국토부와 산업부 등 다른 부처 직원들에게는 질투와 불만으로 바뀌기 쉽다.

실제로 얼마전 국토부에는 장관에 이어 차관까지 기재부 출신이 온다는 소문에 직원들 사이에 탄식이 쏟아져 나왔고,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결국 무리하지 않고 차관은 내부 출신 인사로 임명했다.

산업부의 경우 최근 장관 자리를 놓고 내부 출신과 기재부 출신이 경합을 벌였는데, 최종적으로 기재부 차관이 산업부 장관에 내정되자, 일부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계 인사 몫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에 현 최경환 부총리가 임명돼 장관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산자부 직원들은 최경환 장관을 많이 따랐고 퇴임 후에도 훌륭한 장관이었다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산업부 장관 인사를 놓고는 같은 최 부총리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정부든 민간 회사든 이해관계가 걸린 조직논리의 이런 생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최 부총리는 이제 정부내 경제정책 수장의 자리를 뒤로하고 총선이라는 정치적 계절을 맞아 당으로 그리고 국회로 복귀한다.

“휴대폰 없는 곳에서 며칠 푹 쉬고 싶다”고 최 부총리는 얘기했지만, 이 말에 본 기자는 “요즘 휴대폰 없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해줬다.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할 상황이고 주위에서 아마 쉬게 해 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안 받으면 그만이지만, 최 부총리는 그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최 부총리가 정치권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부총리 재임 때 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더 암담한 상황들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내 계파 갈등은 물론이고 야당과의 조율 그리고 당청 당정 관계,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기재부 수장으로 부하 직원들 민원 풀어주는데 노력한 나머지 다른 경제 부처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것은 어찌 보면 그렇게 중요한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공무원, 그것도 중앙정부 부처내의 경쟁이고 갈등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사실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

누구든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장차관을 원할 뿐이다. 그가 어느 부처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권으로 돌아가는 최경환 의원은 이제 기재부 수장 때의 조직관리와는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당과 국회는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 모두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계파 이익에 집중해서는 안된다.

특히 ‘친박’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최경환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할 운명이다.

때문에 작은 이익을 버리고 대의를 봐야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기재부 부총리 자리를 떠나 국회로 가는 최경환 의원이 국회에서 국민으로부터도 감사패를 받기를 기대한다.

물론 실제 감사패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감사의 마음을 받는 국회의원 최경환이 되시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로서 2015년 한 해를 마감하며 퇴임을 앞둔 최경환 부총리에게 진심을 담아 드리는 말씀이다.




*[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취재를 담당하는 유은길 기자가 정부 정책 뒷얘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세종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세종특별시 이야기’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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