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관한 은밀한 이야기] 아빠의 입덧 '쿠베이드 증후군'

지수희 기자

입력 2016-02-21 00:30   수정 2016-02-25 14:35

2012년 방송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평균 시청률 45.3%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남녀 주인공 유준상(방귀남 분)과 김남주(차윤희 분)의 `닭살 행각`은 매회 화제가 됐으며 시댁과의 갈등을 나타내는 `시월드`라는 말도 화제의 단어로 떠올랐다.

당시 작품을 썼던 30대 작가는 "연애하고 싶은 남자가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현실에서 아내들이 겪는 고통들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실제로 극중 방귀남은 갑자기 생겨난 시댁과 미묘한 갈등을 겪는 아내를 위해 꽃과 케잌, `반짝이는` 선물을 몰래 준비해 아내를 위로했으며 어머니와 아내사이에선 늘 아내 편이었다.

이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유준상은 대한민국 남편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행동 가운데 임신부들이 주목할 만한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윤희가 계획하지 않던 임신을 하자 귀남의 몸에 이상 신호들이 감지되는 장면.

귀남은 평소 먹지 않던 신음식들을 먹기 시작했고, 차를 타고 가다 속이 더부룩하다며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임신한 아내를 대신해 `아빠 입덧`이 시작된 것.

이는 가능한 일일까?




의학계에는 이를 설명하는 용어가 있다.

`쿠베이드 증후군(Couvade Syndrome)`

`알을 낳다`는 뜻의 프랑스어(couver)에서 나온 말로 아내가 임신을 하면 입덧을 하고, 체중이 늘며,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임신부의 증상이 남편에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인 스트라본의 저술이나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기록될 만큼 오래 전부터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임신 3개월에 가장 뚜렷해지며 심한경우 배가 불러오고, 산모가 출산을 할 때 출혈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알려져있다. (정성훈 저,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원인은 임신과 분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며 아내와 애착관계가 강할 수록 증상이 심각하다.

심리학과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높은 사회에서 아이 양육의 두고 엄마와 아빠가 벌이는 미묘한 권력다툼` 또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가 표현된 극단적인 예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연구사례도 있다.

지난 2007년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스대학 아서 브레넌 박사의 연구팀에 따르면 282명의 예비 아빠가운데 20여명이 입덧과 요통, 불안, 불면증, 치통, 피로감 등의 증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1명은 병원을 찾을 정도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엄마들의 커뮤니티에도 아빠 입덧의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남편의 입덧이 정신적 교감이 잘되는 부부들 사이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려지면서 입덧을 혼자 경험한 엄마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대기도 한다.

"남편이 밥 먹을 때 우웩우웩거리고, 화장실로 뛰어가고.. 살이 쏙빠졌네요"
"올케언니 임신하니 친정오빠도 입덧 같이했어요. 본인이 겪어보니 힘들다며 올케언니 잘 챙기더라고요. 보기 좋았어요"
"저희는 둘이 같이 입덧하니까 집안 엉망되고 밥은 무조건 사먹었어요ㅠ"
"남편이랑 같이 입덧한다니 부럽네요. 저는 혼자만 개고생ㅠ 남편이 몰라주니 서글퍼요"



하지만 박창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쿠베이드 증후군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라며 "아내의 임신으로 남편도 심리적으로 긴장하고 불안해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베이드 증후군에 대해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다만 임신부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입덧이 심한 임신부들은 비타민B6가 다량 함유된 녹황색 채소와 콩이 원료인 음식을 잘 챙겨먹는 것이 좋다.

자율신경계 조절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을 활성화해 구토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쇠고기, 어패류 등에 들어있는 비타민B12도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먹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먹고싶을 때 먹고, 먹고싶은 만큼 먹으면 된다.




혹시 아내는 심한 입덧으로 고생하는데 나는 입덧은 커녕 밥은 여전히 꿀맛이며 속은 그 어느 때 보다 편해 미안한 남편이 있다면 `쿠베이드 증후군`을 살짝 활용해 보면 어떨까?

나오지도 않는 헛구역질을 억지로 하거나, 솟구치는 식욕을 억제할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많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다"라는 따뜻한 위로가 아내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넝쿨당`의 귀남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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