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盧-文 부동산교사 "이번에는 성공합니다"

권영훈 기자

입력 2017-08-03 17:15  




8.2 부동산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나온지 하루만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놨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오늘(3일) "어떤 경우에든 부동산 가격 문제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수석이 누구인가.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부동산정책을 주도한 핵심 인사다. 이른바 故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교사인 셈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는 여러차례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안정을 꾀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여파로 장관도 수차례 바뀌었다. 이번 대책의 성패여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민생 관련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선 김수현 수석이 집값 안정을 자신한 만큼 그를 믿고 싶다. 만일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질 지는 모르는 일일테지만 말이다.


# 공포영화 `부동산` 탄생

정부가 어제(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서울 11개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각종 금융규제, 청약제도 개편 등도 포함됐다. 사실상 부동산 시장 전 분야에 메스를 가한 거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목표를 다주택자 부동산 투기 방지를 꼽았다. 시장참여자들이 공포에 떨기 충분하다. 이번 대책은 당정이 머리를 맞대어 논의 끝에 발표했지만 사실 큰 그림을 그린 건 김수현 사회수석이다. 8.2 부동산대책을 영화화한다면 감독 문재인(대통령), 극본·연출 김수현(사회수석), 주연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인 셈이다. 김수현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그는 오늘(3일)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4년 반 했다. 참여정부 실패론이 제기될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78.88% 뛰었고, 전국 아파트값도 59.22% 올랐다. 정부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김 수석은 "어제 발표한 대책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참여정부가 했던 실패과정이 누적돼 있던 2007년 1월 당시의 정책들을 일시에 시행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이번 대책을 참여정부 부동산대책의 `재탕·판박이·시즌2`라고 지적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차이점은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이 핀셋규제로 여러 차례 나누어 발표했다면 이번은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 "지금 불을 끌 때"‥"큰 불 먼저, 잔불은 나중에"

8.2 부동산대책은 역대급이란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실효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지적들이 없는건 아니다. 요약하면 "수요 억제만 하고 공급 확대가 빠졌다", "보유세와 종부세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전셋값 상승이나 주택 이외 상품(상가, 오피스텔)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등이다. 청와대는 지적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했다. 김수현 수석은 "(강남 집값 상승을)수급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지금은 불을 끌 때다. 불을 진화하는데 그 자리에다가 왜 집을 짓지 않냐고 하는 건 온당치 않다. 불이 꺼진 뒤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9월 중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세금 관련, "양도세 중과는 발생한 소득에서 부과하는 데 보유세는 정규소득에서 내야 한다. 조세저항이 강하다. 보유세, 종부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세금에 대해 누진구조 변화를 주거나 할 때 서민들의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양도세 중과 이외에 보유세, 종부세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대책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 그 전에 팔 사람은 팔라는 퇴로를 여는 것. 이번 조치가 다주택자들이 안팔고 동결시킬 지, 임대사업 등록이라는 방향으로 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후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또 있다. 무주택자를 위한 전월세 대책이 빠진 거다. 그리고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금융규제에 따른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 서울과 과천,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되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각각 30~50%로 강화됐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상관없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부부 합산 연소득이 6천만원 이하이면서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 구입하려는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는 LTV와 DTI가 각각 50%로 적용된다. 6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자나 6천만원 초과 소득자보다 규제 강도가 줄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초 60%였던 LTV가 50%로 줄어든 셈이다. 본 기자는 이에 대해 김수현 수석에게 따로 물었다. 김 수석은 "큰 불을 끄는 게 중요하다. 큰 불을 끄기 위해 잔불은 나중에"라고 말했다.


# 대책 실패시 文정부 `치명타`

이번 대책이 실패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새 정부 최우선 가치를 `부동산`에 뒀기 때문이다. 김수현 수석은 "도시재생뉴딜이라고 문대통령의 내 삶을 바꾸는 정책 시리즈 1번 공약이다. 새 정부의 핵심공약인데도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역에 대해 도시재생뉴딜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고육책이자 폭탄선언을 했다. 부동산 가격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집값 안정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쪽나도 부동산만큼은 잡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수현 수석 역시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투기 억제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정부 목표와 달리 부동산 과열 현상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보유세와 종부세를 고려하지 않는 한 더이상 쓸 카드가 없어 보인다.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 문제 이외에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동성 증가, 다주택자 투기적 가수요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장과 맞서는 발상보다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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