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靑 "무늬만 다주택자입니다"

권영훈 기자

입력 2017-08-28 13:40   수정 2017-08-31 17:46




청와대가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에게 불필요한 집을 팔라`고 했는데 청와대 고위공직자 대다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어제(27일)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집 없는 서민들은 어떤 심경일 지 대충 짐작이 간다.


# 장관 3명 중 1명, 靑 참모 절반 `다주택자`

8.2 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 규제가 핵심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를 겨냥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김현미 장관 역시 다주택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25명 가운데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9명이다. 3명 중 1명은 다주택자인 셈이다.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해당된다. 청와대 고위공직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은 더 많다. 15명 중 8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이상붕 경호처 차장 등이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 청와대 "무늬만 다주택자입니다" 항변

정치권을 비롯해 인터넷상에서 청와대의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뜨겁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았던 새 정부 장관에 이어 청와대 참모 대다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공분을 사고 있는 거다. 급기야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어제(27일)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경위를 설명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보유한 주택은 2채로 모두 부부 공동소유.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거주 중이며, 경기 가평군 주택은 전원주택으로 은퇴 후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것임. △조국 민정수석이 보유한 주택은 총 2채로 각각 본인과 배우자 소유임. 조 수석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는 거주 중이며,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조 수석 본인이 울산대 교수 재직 시 출퇴근하기 위해 사놓은 것으로, 서울로 이직한 뒤 매각하려고 했으나 불발된 것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소유 1채, 본인 소유 1채 총 2채. 부부 공동 소유 아파트에 윤 수석이 살고 있고, 그 바로 옆 동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는 윤 수석 어머니 부양을 위해 구입한 것임. 현재 어머니는 병환으로 요양 중임. △조현옥 인사수석은 총 2채로 본인과 배우자 각각 1채 소유. 전북 익산시 주택은 배우자 소유로, 배우자가 퇴직 이후 고향으로 내려가 거주 중임. 조 수석 소유인 서울 강서구 아파트는 실거주하고 있는 곳이었으나 교통편의 상 현재 중구 소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임. △한병도 정무비서관은 총 2채로 본인과 배우자 각각 1채 소유. 전북 익산시 주택은 본인 소유로 청와대 근무 이전가지 거주 중이었던 주택임. 경기 성남시 다세대주택은 배우자 소유로 장모님이 거주 중이었으나 근래 별세하신 후 처제가 거주 중이었고, 매각을 추진하던 중 재산신고 이후에 매각이 되었음. 현재는 1주택자임. △전병헌 정무수석, 하승창 사회혁신 수석, 이상철 국가안보1차장,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2주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부부 공동소유 1채임. 한마디로 투기 목적으로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가 됐다는 것. 즉 `무늬만 다주택자`란 얘기다.


# 다주택자 규제 매몰‥"집 없는 서민 살펴야"

새 정부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다주택자들도 다들 각자 사연이 있을 거다.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는 정부의 바램과 달리 집을 팔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보는대로 모든 다주택자들이 투기꾼은 아니란 얘기다.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안하면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청와대 내로남불 논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를 `집 없는 자`, `집 가진 자`, `집 더 가진 자`로 구분 짓는 것도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에 매몰되기 보다 이제는 집 없는 서민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8.2 부동산대책 발표로 은행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돈 없는 자`가 `돈 가진 자`보다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진 거다. 그러다보니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진 자`는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규제를 피한 지역이나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눈을 돌릴 수 있다. 또, 전셋값이 더 뛰면 갭 투자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진 자`는 `더 가진 자`로, `없는 자`는 `더 없는 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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