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전력산업, 무역 2조 달러 ‘선봉장’

입력 2012-11-29 18:38  

<앵커> 국내에서 전력산업은 ‘트러블 메이커’입니다. 연일 들려오는 원전 사고 소식과 함께 블랙아웃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잊을 만하면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터져 나옵니다. 그렇다면 전력산업의 해외 수출 부분은 어떨까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이 말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멕시코 발전소 건설 현장에 유기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화면 보시죠.

[리포트1]

<기자> 태양의 나라 멕시코.

젊은 연인들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애정표현을 하고, 가족들은 광장 한복판에 편하게 드러누워 햇살을 만끽합니다.

중남미의 대표 국가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의 12번째 교역국인 이곳 멕시코에 국산 기술로 만든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기자> 멕시코에서 건설 중인 노르테 II 발전소입니다. 국내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현지 인부들과 함께 이곳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우리 기술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멕시코 전력시장에 국내 업체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박성근 KST 건설본부장

“이번 사업은 스페인과 일본이 독점한 멕시코 전력시장에 첫 진출한 사례다. 준공 후 25년 동안 발전소를 운영해 약 2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멕시코는 1억1천만 인구를 자랑하지만, 전력 설비 용량은 우리나라의 2/3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 전력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입니다.

앞으로 노르테 III와 바하 III 등 각종 발전사업 발주가 예정돼 있는데 현지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인터뷰> 사르만도 KST 총무 담당

“나는 미국·일본·캐나다 등 많은 외국인들과 일해 왔다. 한국은 이들과는 다르다. 상당히 좋은 문화를 지니고 있다.”

물론 멕시코 진출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4년 마약 관련 사망자가 약 5만 명 이상에 이를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데다 노동문화가 느슨한 점은 현지 사업의 걸림돌입니다.

<인터뷰> 허재영 KST 기계부장

“코리안 타임 대신 멕시코 타임이 있다. 노동 생산성도 매우 낮아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예상보다 더 많은 노동인력을 동원해야만 했다.”

멕시코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고도가 해발 2천4백 미터를 넘을 정도로 태양과 가까운 나라지만, 태양이 사라진 밤의 어둠은 결국 전기로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전력은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노르테 II 발전소를 시작으로 멕시코에 더 많은 ‘전기 태양’을 건설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멕시코 현지에 우리 기술로 건설 중인 발전소의 모습 살펴봤는데요. 유 기자, 현지 전력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상당히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9배에 이르고, 인구는 1억 1천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우리나라의 1/4에 불과한데요. 이는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인디언들이 문명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에서 몇 시간만 외곽으로 나가도 전선줄 하나 없을 정도로 개발이 안 돼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앞으로 개발해야 할 지역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노르테 II 발전소 외에 다른 사업은 어떻습니까. 추가 수주 가능성이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예. 발전소 건설 사업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내년 초 노르테 III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2025년까지 총 3만8천MW 규모의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여기에 25년 이상 된 노후 발전설비 용량이 전체의 34%에 달해, 이들 역시 교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전은 멕시코에서 앞으로 15년 동안 진행될 노후설비 교체와 발전소 증설 금액이 모두 합해 1천억 달러에 이르고, 이 가운데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맡겨지는 사업이 125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멕시코 전력시장 진출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구수나 국토 면적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유 기자, 그렇다면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어떤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다음으로 방문한 국가는 도미니카 공화국입니다. 한전은 현재 이곳에서 배전망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발전소 건설과 운영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진입장벽이 두터운 편인데, 배전망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현장 모습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2]

<기자> 도미니카공화국의 한 빈민가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전선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력을 훔쳐 쓰기 위해 주민들이 멋대로 연결한 것인데 37%에 달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전력 손실률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이곳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약 500억 원 규모의 배전망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총 규모 4천 6백만 달러에 12.47kV 배전선로 1천 249㎞를 신설 또는 교체하는 사업으로,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력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밤에는 작업 진행이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한전은 강도가 뛰어난 국산 전주를 도입하고 높은 곳에 효과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장비를 직접 들여오는 등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준근 한전 EPC사업팀장

“현지에서 사용하는 사각 전주보다 강도가 높은 국산 원형 전주를 들여왔다. 인력 굴착 대신 국내에서 들여온 기계굴착도 도입했다.”

현지 관계자들도 한전의 이 같은 열의와 기술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뷰>로베르토 / 에데수르 현장감독관

“공정 진행은 만족스럽다. 체크리스트 10가지 항목 다 만점일 정도다. 현장관리감독 경력만 12년인데 지금까지 보아온 업체 중 최고의 시공능력이다.”

이번 배전망 사업을 발판으로 한전은 앞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이어질 약 6천억 원 규모의 발주에서도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국내 기업이 중남미 지역에서 발전소 사업에 이어 송배전망 사업까지 진출한 모습 살펴봤습니다.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을 앞으로의 성장성일 텐데요. 중남미 전력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기자> 당장 내후년까지 중남미 주요국 전력수요는 연간 평균 3%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페루나 이번에 진출한 멕시코 등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설비 용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2020년까지 중남미 전체에서 현재보다 10만 MW 가까이 발전설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설비규모가 8만 MW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남미 발전설비는 현재 화력이나 수력 비중이 높은데요. 원자력 발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부문이므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전이 새롭게 공을 들이고 있는 중남미 진출 현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한전은 중남미 지역 외에도 기존에 중동과 아시아지역에도 진출해있는데요. 이들을 모두 합한 한전의 전체적인 해외 발전사업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지난해 기준으로 발전부문 해외 매출은 약 8천억 원 가량인데요. 자원개발과 송배전사업 등을 포함한 전체 해외사업 매출은 2조 4천억 원입니다. 아직까지는 한전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전은 현재 발전 분야에만 약 1조 5천억 원을 투자하는 등 해외 부문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해외사업 비중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데, 앞으로가 중요하겠죠. 해외 발전사업 성장 전망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해외사업 중장기 계획을 살펴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전은 이처럼 해외전력사업을 앞으로 10년 동안 현재의 20배 가까이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요금 인상이나 신규 발전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한국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선민 한전 해외사업개발처장

“2020년까지 해외 매출 47조원, 비중 40%를 달성할 것이다. 발전소 신규건설과 노후 설비 복구 사업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앵커> 그런데,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늘 새로운 과제들이 생겨나는 법이죠. 해외 발전사업 확대도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해외 진출 시 방해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물론 몇 가지 극복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해외 전력사업이란 것이 결국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들 나라들의 경우 치안이 불안한 국가들이 많은 데다, 정권이 바뀌면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화면 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이선민 한전 해외사업개발처장

“해외사업 시 내부 컨설턴트가 꼭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는 등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고, 충분한 시장 연구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전에서는 일 년 동안의 파견을 거쳐 현지전문가를 양성하고, 시장개척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유휴 인력을 해외사업용으로 재교육했다. 올해애만 430명이 1년 동안의 교육에 들어섰다.”

<앵커> 지금까지 공기업인 한전의 이야기를 쭉 들어봤는데, 민간 기업들은 어떤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민간 발전사의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내 민간 발전사 중에서는 포스코에너지가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총 2천 MW 이상의 규모로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포스코에너지는 2017년에 이들이 모두 완공되면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희 포스코에너지 발전사업개발실장

“3년 전부터 인니를 중점으로 진출해있다. 모기업인 포스코와 함께 들어가있다. 몽골과 베트남을 포함해 설비규모가 총 2천 500 MW에 이른다. 2017년 완공되면 1조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들 발전소들은 건설 후 평균 20년 동안 운영한다.”

다른 민간 발전사들도 해외 진출을 고려중이거나 추진 중인 경우가 많은데요. GS파워 역시 해외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희 포스코에너지 발전사업개발실장

현지 프로젝트 수행하기 위해 모든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현지인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로젝트 건설 기간 중 현지인 채용해 국내서 교육 후 다시 파견하는 방식이다. 발전소는 장기 운영되는데, 이렇게 하면 파견인력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앵커> 오늘 국내에서와 달리 해외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전력산업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전력산업의 해외수출이 우리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해외 발전사업이 활성화 되면 한전의 적자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이는 요금인상 요인 억제로 이어집니다. 또 발전소 규모가 큰 만큼 이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면 무역수지 향상에도 일조하게 됩니다. 한전이나 민간 발전사가 진출할 때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기업들도 같이 들어가게 되므로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발생하는 각종 개도국 리스크들에 개별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해외 발전사업의 성장성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유기환 기자와 함께 미래먹거리라 할 수 있는 전력산업의 해외진출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해외 발전사업이 확대되면 무역수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전력요금 인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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