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변화를 꿈꾸는가

입력 2012-03-24 14:30  

[컬처(Culture) & 리더십(Leadership)] 3편. 당신은 어떤 변화를 꿈꾸는가?_ 요셉보이스, 뱅크시



뱅크시, Riot, (이미지 발췌 www.banksy.co.uk)

현대인들은 자신의 안정된 삶을 위해 쉴새 없이 움직인다. 바쁜 현실에 늘 쫓기다 보니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사고방식이 어느새 사회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퍼져있고 사람들은 자신들과 상관 없어 보이는 일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한 사회의 방향성은 누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부 정치인일까? 특정 엘리트 집단, 아니면 종교집단일까?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르네상스 전 로마시대에는 교황청이 모든 것을 정하고 파문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따라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13세기에 들어, 기성 종교개념에 의문을 품은 성직자 성 프란체스코와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2세가 등장해 그들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주장함으로써 그들의 사상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사회,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그들의 생각과 행보는 인간중심적으로 사고하고자 했던 르네상스의 기초를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쳐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누가, 어떤 힘이 이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로 이끌어 주리라 믿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새로운 Movement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번 주에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꿈꾸며 그들의 생각을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한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들 중의 한 부류인 예술가들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일반 대중들과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늘 변화를 꿈꾸는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실행한다는 점이다.

생애에 걸쳐 예술가와 일반인의 경계를 없애고자 노력하였고 정치, 인류학, 환경 운동에 기초한 퍼포먼스와 실험적인 예술운동을 펼쳤던 독일의 개념미술작가 요셉보이스(Joseph Beuys)를 예로 들어보자.

요셉 보이스는 성공적으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어 그가 기획한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한 예술가였다. 요셉 보이스는 1982년 제7회 독일 카셀 도큐멘타(독일의 카셀 지역에서 5년마다 열리는 전시)가 개막되는 날, 전시 작품으로 프라데리히아눔 미술관 앞에 한 그루의 떡갈나무(Oak)를 심었다. 그리고 6999개의 현무암 기둥을 광장에 쌓아놓고 그 기둥은 6999그루의 나무들과 함께 짝지어져 도시 곳곳에 흩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도시에 나무 심는 위치를 정하고 그 자리에 나무심기를 권장했고 그 결과 5년 만에 그 숫자만큼 나무가 심어져 총 7000그루의 나무심기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요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셉 보이스의 끊임없는 상상력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개혁정신,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 산림화를 계획했던 시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그의 상상을 현실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무를 심어 푸른 지구를 만들고자 했던 보이스의 환경 친화적인 상상력에 공감한 카셀 시장과 시의회 대표들은 즉각 그의 의견을 수용했고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전략을 함께 세웠다고 한다. 나무와 돌을 구입하는 비용을 세계각지에서 모금했고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나무의 위치를 선정함으로써 마침내 보이스가 추구했던 집단 창작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요셉 보이스는 그의 일생을 거쳐 관객의 참여를 수반하는 행위미술, 환경친화적 미술을 대중과 함께 만들고자 했다. 모든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이스에게 창조성이 의미하는 바는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던 것이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제안하고 협력을 구하며 예술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상혁 작가, Earth and moon

또 다른 예술가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영국에는 패러디와 유머를 이용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한 거리의 낙서화가 뱅크시(Banksy)가 있다. 거리의 악동으로 통하는 뱅크시의 작품은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의 낙서행위는 엄연히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그의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유머를 문화의 한 부분으로 포용하고 즐긴다. 그의 홈페이지(www.banksy.co.uk)를 들어가보면 그가 솔직하며 약자의 편에서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게 본 부분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학교 숙제로 가져가서 본인이 그린 체 해보라는 것이다. 어이없고 개구쟁이 같은 발상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마음껏 사용해도 좋으나 상업적 목적 이익을 취하는 것에는 가차없는 경고의 메시지의 내용도 보인다.

뱅크시는 2005년 8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경에 건설한 거대한 콘크리스트벽을 낙서화로 뒤덮인 살아있는 미술품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실제로 벽에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 뱅크시는 야자수와 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동경하며 뭔가를 그리고 있는 두 소년들의 모습,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는 한 소녀의 모습, 그리고 한 소년이 벽을 넘는 긴 사다리를 그리고 있는 이미지들을 국경의 벽에 그렸다. 그가 그린 이미지들은 대부분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의 갈등과 단절을 안타깝게 여긴 뱅크시의 작은 행보는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정치적 분쟁을 뛰어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상상의 여지를 남겼다.

숨바꼭질 하듯이 런던 곳곳에 있는 뱅크시의 낙서들은 이제는 런던의 관광명소가 되었고 영국인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영국인들이나 방문객들은 뱅크시가 그린 길거리에서는 방뇨를 하고 있는 영국전통제복을 입은 군인의 이미지를 보고 기존 권위의 추락으로 희열을 느꼈을 것이고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시위자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잊고 있었던 평화와 자유에 대한 중요성이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익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뱅크시가 그린 낙서들은 개인의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국민들의 솔직한 내면의 모습을 담았기에 사람들은 그의 낙서를 사랑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두 예술가의 삶과 철학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예술가들은 구체적인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불씨와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뱅크시가 낙서한 런던 거리의 모습 (이미지 발췌 www.banksy.co.uk)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고 바람직한 movement를 원한다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이 있는지 세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상상하는 힘이다. 상상은 현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한 명의 상상은 아무런 것도 가능하게 하지 않지만 수천, 수만 명의 상상은 미래를 만든다. 마치 뱅크시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듯이 말이다.

두 번째는 상상을 실행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바 있는 13세기 로마의 계몽 군주였던 프리드리히 2세는 자신이 꿈꾸었던 로마교회와의 정교분리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학문과 예술분야의 개혁을 실행했다. 그는 남부 이탈리아 나폴리에 대학을 세움으로써 당시 국제어였던 라틴어에 의존하기 보다는 서민들의 속어에 머물렀던 이탈리아 언어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했다. 자국의 언어를 통해서 로마인들이 이성과 감성을 명확히 표현하도록 힘썼던 프리드리히 2세의 노력은 그 후 100년이 채 안되어 <신곡>을 쓴 시인 단테를 통해 꽃을 피우게 된다. 프리드리히 2세는 언어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갖게 한다고 믿었다. 그의 생각 대 높은 수준으로 자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 로마들은 더 이상 교황청의 힘에 지배를 원하지 않았고 능동적인 삶을 원하게 됐다. 미래를 볼 수 있었던 영리한 군주 프리드리히 2세의 개혁처럼 현대인들도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과 방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실행하는 과정에서 열정을 가지고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서로 격려하며 움직인다면 그 사회는 변화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창조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다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한 요셉 보이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의 예술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한 그루의 나무가 7000그루의 나무가 될 때까지는 몇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푸른 지구 만들기를 위한 좋은 movement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요셉 보이스는 아쉽게도 7000그루의 떡갈나무가 심어지기 전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의 정신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성공을 이뤘고 오늘날 상상을 하고 실행방법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을 통해 계속해서 살아 있기에 그의 변혁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컬처&리더십에 사용된 이미지는 사전협의를 통해 본 칼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Culture & Leadership 참여자: Awaken Group 강소영1), 아트엔젤컴퍼니 유화영&김정윤2)

(주1) 하버드 경영대학(MBA)을 졸업한 강소영은 맥킨지&컴퍼니(L.A.)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미국, 싱가포르에 위치한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Awaken Group을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정부기관 및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또한 Young Professionals’ Group을 설립하여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http://www.awakengroup.com)

(주2)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유화영은 크랜베리 디자인 대표(브랜딩회사), 갤러리 그림손 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아트 컨설팅 회사인 아트엔젤컴퍼니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또한 영국 Loughborough대학에서 경영학(박사)을 전공한 김정윤은 현재 아트엔젤컴퍼니의 창립 멤버로서 작가들 발굴과 프로젝트 전략을 조언해주고 있다.

(http://www.artangel.co.kr//mailto:artangel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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