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생각을 위한 습관

입력 2012-05-21 10:05  

[Culture & Leadership] 10편. 혁신적 생각을 위한 습관



최종운, THIS IS HOT_동 파이프

좋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비록 힘든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스승만큼 이룩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가르쳐 줄 스승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스승이 없으면 본인 스스로 원리를 터득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과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의 성장 방식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제품과 시스템을 신속히 복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 Top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풀고, 새로운 것을 앞서 창조하는 진정한 혁신(Innovation)이 필요하다. 십여 년 전부터 혁신을 외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만들어 낸 혁신은 아직도 누군가 이미 고안했던 것들이다. 그만큼 세상 처음인 것을 만들어 내는 혁신(New-to-the-World Innovation)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10편에서는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대한 발견은 일상생활의 작은 관찰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물질의 비중이 배수량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아르키메데스, 그리고 대장장이가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낸 피타고라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함께 경험한 일들인데 왜 특정한 사람들만 그 경험들을 토대로 새로운 것들을 발견을 하는 것일까? 러시아 태생으로 대담한 화성과 리듬을 지닌 <불새>, <봄의제전>등을 작곡하여 20세기 최고의 작고가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라고 했다. 이고르가 이야기 한 것처럼 눈을 감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집중해서 듣게 되면 피아노의 건반이나 바이올린의 현이 움직이는 모습이 시각화되어 음악을 귀와 눈으로 듣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감각들은 우리의 뇌를 자극해 그 음악에 맞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펼치게 한다는 것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요약해서 이야기 하자면 같은 음악을 듣고 있어도 집중도에 따라 음악에 대한 감흥과 이해의 폭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이야기 일 것이다.

혁신적인 사고는 멀리 있지도 가까이 있지도 않다. 일상 생활에서의 작은 습관들이 모여서 재미있는 생각을 만들고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해 갈 수 있게 된다. 유용한 책이나 문화활동을 통해서, 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삶을 경청하며 열린 사고의 습관을 쌓아간다면 혁신적인 사고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최종운, A storm on the blue_액체 공산품, 모터, 센서, 2009

모든 지식과 사고는 사물을 관찰하는 능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감각과 지각을 이용한 행동)을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제 일상생활의 사물을 이용해 20세기 현대미술사조들의 기반을 만든 한 예술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프랑스 태생으로 최초의 개념미술, 레디메이드(Ready-made)아트의 발명,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비디오아트, 설치미술, context 아트 등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든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이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아티스트이다. 1917년 남성의 소변기로 만든 작품 <샘(Fountain)>은 전통적인 회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혼란을 주었다. 항공박람회에서 프로펠라의 모습을 보고 대량생산품이 주는 기계미학에 감탄했던 뒤샹은 `레디메이드(Ready-made)` 즉 기성품들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산업화된 물질주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표현하였다.

뒤샹은 프랑스의 생리학자 에티엔쥘 마레(Etienne-Jules Marey, 1830-1904)가 1880년대에 고안한 고속도 촬영사진의 영향을 받는다. 촬영된 움직임과 연속동작의 이미지는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의 시각적 원천이 된다. 인간적 형상의 반인간적 측면을 강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나체보다는 기계적 인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1912년 가장 진보적인 살롱 데 앙데팡당(독립전시회)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를 처음으로 출품하였는데 개막식전에 작품을 철수하라는 요청을 받아 전시를 하지 못하게 된다. 20세기 현대미술을 이끈 작가라고 인정받는 뒤샹도 자신의 시대의 입체주의 예술가들에게 거절을 당한 것이다. 당시에는 표현이 자유로워야 하는 예술작품에도 수용하지 못할 선들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에도 예술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도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배타적인 경우가 많다. 정해놓은 규범이나 기존의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역시 입체주의나 미래주의 중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작품이었고 당시의 예술적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거절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시를 거절당한 다음 해, 뒤샹은 뉴욕의 아모리 쇼(Amory Show)에 가서<계단을 내려오는 나체>를 출품하였고 그 후 그는 뉴욕 전위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1912, 마르셀 뒤샹 <샘(Fountain)> 1917, 마르셀 뒤샹

1917년에는 ‘R. Mutt’라는 가명으로 뉴욕 독립전에 출품한 남성 소변기을 이용한 <샘>이라는 작품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전시되지 못한다. <샘>이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문제제기(authenticity)와 변기가 창조적이지 않다는 독창성(originality)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뒤샹은 변기의 실용적인 기능을 제거하고 그것의 환경을 완전히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개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그는 ‘전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술적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의 작품은 뉴욕 미술계의 미학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 후 사진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찍은 <샘>사진은 20세기 아방가르드(전위예술) 미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뒤샹은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튜브물감들은 제조된 생산물이자 이미 완성된 물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그림들은 ‘레디메이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지금 들어도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지적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산업화된 물질주의가 가지고 있는 핵심을 파악하여 사람들이 당연시 여겼던 개념에 질문을 던졌다. 그의 예술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는 예술계에 처음에는 논란, 혼란, 배척을 가져왔지만 결국은 20세기 현대미술을 이끈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중의 한 명이 되도록 하였다.



최종운, A storm in a teacup_ Pup table, English breakfast tea, 2006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경험, 한정된 지식, 그리고 굳어진 편견에 의해서 상황을 판단하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혁신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경험하도록 노력해보아야 한다. 늘 듣는 이야기지만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스 슈티르너의<유일자와 그의 소유>(1845)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뒤샹은 예술가가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대량 생산된 물건도 얼마든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뒤샹의 혁신적인 예술에 대한 사고의 근원 역시 그가 보고 읽고 들은 인문학자들의 저서,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지식, 능력,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혁신이란 익숙한 것, 기존의 것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때로는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는 외로운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한 집착과 편협한 생각들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몇 가지 좋은 습관을 들이면 충분히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 등이다. 그런 작은 습관들이 쌓이게 되면 우리가 관찰력을 갖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생기게 하여 결국은 우리가 새로운 생각,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설명: 최종운은 중앙대 조소과 학사, The Slade school of Fine Arts(영국 런던) 석사 취득 후

현재 서울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설치미술작가이다.

작가는 섬유유연제, 폐엔진 오일, 동 파이프등의 대량생산품, 또는 산업 폐기물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여

공산품들이 가진 고유한 색감과 특성을 통하여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인간에 의해 변해가는 지구의 생태보존에 대한 컨셉을 주제로 작품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참고문헌>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쉘 루트번스타인 지음

마르셀 뒤샹, 돈애즈, 닐콕스, 데이비드 홉킨스 지음

기계적 복제 시대의 저자: 마르셀 뒤샹의<분수>와 복제품의 오리지낼러티, 연구논문, 우정아

<컬처&리더십에 사용된 이미지는 사전협의를 통해 본 칼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Culture & Leadership 참여자: Awaken Group 강소영1), 아트엔젤컴퍼니 유화영&김정윤2)

(주1) 하버드 경영대학(MBA)을 졸업한 강소영은 맥킨지&컴퍼니(L.A.)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미국, 싱가포르에 위치한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Awaken Group을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정부기관 및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또한 Young Professionals’ Group을 설립하여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링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http://www.awakengroup.com)

(주2) 뉴욕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유화영은 크랜베리 디자인 대표(브랜딩회사), 갤러리 그림손 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아트 컨설팅 회사인 아트엔젤컴퍼니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또한 영국 Loughborough대학에서 경영학(박사)을 전공한 김정윤은 현재 아트엔젤컴퍼니의 창립 멤버로서 작가들 발굴과 프로젝트 전략을 조언해주고 있다.

(http://www.artangel.co.kr//mailto:artangel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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