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67편. 조삼모사(朝三暮四)

입력 2014-07-16 09:30  

과거 중국 송나라 시대에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키우던 중, 원숭이 수가 늘어나자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저공은 원숭이를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저공은 그럼 이렇게 하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어떻겠느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좋아했다.” 이 얘기는 고사 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유래로, 말하는 이의 잔꾀가 멋모르고 듣는 이를 현혹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10일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방안′에서 ′독립투자자문업자(IFA)′를 연내 도입키로 한다고 밝혔다. 독립투자자문업자란 특정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모든 회사의 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자문업자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 금융소비자들은 금융회사와 ′독립투자자문업자(IFA)′로부터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펀드 판매 창구를 통한 펀드가입 시 발생한 불완전판매와 과도한 펀드비용에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영국, 미국 등 자본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뿌리내린 IFA제도는 지난 4월 문을 연 펀드슈퍼마켓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한 축을 담당할 것이며, 운용자와 판매자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투자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침체된 펀드시장을 살리는 제도라 하겠다.


그런데 제도 도입 막바지 단계에서 자문서비스에 대한 자문료 지급 방식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이해관계자들끼리 설왕설래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늘어나는 IFA의 펀드자문수수료를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가?


지금 드러나는 분위기로는 투자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수료의 차액만큼을 부담하게 하는 쪽으로 굳어져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국내펀드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정서에 비춰볼 때 결코 녹녹치 않은 방법이다.


만일 온라인 펀드 등장으로 낮은 펀드 비용에 만족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새롭게 따로 자문수수료를 부담하라고 한다면 서비스의 질과 상관없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는 애초 IFA제도를 도입하는 취지에 비춰 봐도 절반의 성과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은 조금 더 맷집이 강한 자가 나서는 것이다. 침체된 펀드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판매회사는 온라인 시장 개방에 일차 양보를 한 상태다.


다음은 자산운용사가 나설 차례다.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상담해서 팔아주는 IFA에게 자신의 몫인 운용보수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당장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만 생각하면 펄쩍 뛸 일이지만 효과적인 제도 운용으로 펀드시장이 커지면 자산운용사의 수수료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펀드자문수수료 지급방식은 철저히 투자자 위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누구든 ‘조삼모사’식 잔꾀로 투자자를 현혹하다가 펀드시장 발전에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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