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K Group] 5편. 엔지니어가 주인공인 회사는 실제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4-08-01 10:46   수정 2014-08-02 11:52

마벨의 엔지니어 최기용 박사님과 함께



실리콘밸리에는 정말 별의별 회사들이 많다. 회사의 업종 자체도 참 다양하지만, 그 회사들의 문화들 또한 다양하다.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의 백그라운드가 다양하기 떄문일것으로 생각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중동계등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듣도보도 못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독특한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유달리 많다. 회사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도 된다거나 출산휴가가 유달리 긴 회사, 회사에 맥주나 샴페인 갖춘것도 이제는 특별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참고로 출산휴가는 아이의 아버지 이야기이고, 맥주나 샴페인등은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정작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어떤것이 제일 중요할까 물어본다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두가지로 귀결될 것 같다. 어떤 일을 성취했다는 보람감과 자부심 그리고 이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 이렇게 두가지가 아닐까? 당연한 이 이야기를 몇십명있는 회사가 아닌 수천명이 일하는 회사에서 실천이 가능할까? 도대체 보상이 얼마정도이며 그렇게 수익을 많이 배분해도 되는걸까?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마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최기용 박사님을 만났다. 최기용 박사님은 KAIST에서 트랜스퍼를 하여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텍사스의 모토롤라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여 2003년 마벨이라는 회사에 죠인을 했다. 작년엔 10년넘은 직장을 뒤로하고 퀄컴으로 옮겼다.



마벨 (Marvell 나스닥 티커:MRVL)이라는 회사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회사인데, 아마 반도체 분야중 하드 디스크나 통신칩 분야에서는 나름의 작은 신화를 가진 회사이다. 1995년 중국혈통의 인도네시아계 미국인인 수타드쟈 형제가 창업하여, 형의 와이프와 함께 3명이서 회사를 키워서 2001년에 상장까지 한 회사이다.



현재 직원은 약 8천명이며 업계에서는 반도체쪽으로 거의 마지막으로 대형 상장을 한 케이스로 치고 있다. 최기용 박사는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판타스 수타드쟈와 함께 오랫동안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이야기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요약을 해보면, 마벨은 엔지니어들의, 엔지니어에 의한, 엔지니어를 위한 회사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자 두 형제가 창업자금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새롭게 개발한 설계회로를 들고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날리게 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만든 새로운 하드 디스크 제어칩을 들고 Seagate라는 하드 디스크 제조사의 기술진들을 마침내 설득하였고 칩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한것을 계기로 회생하였다.


이후엔 기가빗 스위치 칩과 와이파이 칩을, 그리고 지금은 셀폰칩을 소비자의 입맛에 맛게 계속 개발해 놓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인재들의 이동이 잣고, 팹리스 칩 설계가 다국적인 회사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경쟁은 너무나도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듯이 하면서 이러한 개발과 승부수가 가능할까?


‘지금은 당연한 기술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짧은 시간에 고객이 필요하다면 밤을 세워서라도 어제엔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일 내놓았어요. 저는 제가 설계한 칩이 들어간 고객사 제품들이 잘팔리는 모습을 보면서 고무를 받습니다. 이게 가능할려면 위에서 (경영자) 이끌어 주는 사람이 길을 제시해주고 저같은 엔지니어들은 믿고 따르는 분위가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실패하면 회사를 떠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All Hands Meeting (경영진과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모임- 필자주)을 형식적으로 하지 않아요. 마음 편하게 개발하는 문화는 역시 제대로된 비젼 제시와 개발을 제대로 잘 해보자라는 분위기의 조성인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자사주와 스탁옵션과 같은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여 개인과 가족간의 시간을 희생하고 피땀흘린 엔지니어들에게 너그럽게 배분해 준다.



이것이 거래가 시작되면서 엄청난 돈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액면 분활을 거듭해서, 상장을 같이한 엔지니어들과 초창기 천여명의 엔지니어들은 지금은 몇백만불이상의 이득을 본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파격적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대목이다.


창업자들이야 몇백만불 몇천만불 받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있지만 그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오랫동안 정진한 공로와 또 적당한 운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그렇지만 엔지니어는 그런 리스크는 없지 않는가?



‘그것이 Time to Market 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가지고 칩설계하는 회사들의 보상방식인듯 합니다. 한번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집에도 잘 못가요. 대신 소비자가 만족할때까지, 내가 설계하고 제작한 칩이 가장 optimize 되어 돌아가게 될때까지 자리를 뜨고 싶지 않게 만들지요’



이 회사의 모토는 오직 ‘신기술개발’ 그리고 ‘고객만족’ 이 두가지다. 이 두가지를 위해서라면 인재를 모시는것부터 회사의 인수합병까지 안하는게 없다. 경영자라고 모든 답을 알지는 못한다. 특히 지금의 무한경쟁 시대에는 길이 안보인다. 너무나 많은 경쟁자들이 너무나 많은 새로운 특허와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돌파구는 결국 기술 개발이고, 이건 전직원이 한마음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럼 그 주인공들을 어떻게 해피하게 해야할까? 파격적인 보상과 스스로 느낄수 있는 자부심은 아마 모든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목표일것이다. 하지만 이 두마리 토끼는 신뢰없이는 오히려 노사간, 사원간 오해와 정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목표들이다.



경영자들이 엔지니어인 마벨에서는 보상과 자부심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수있도록 분위기만 만들어 주고, 그 뿌리에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살아 숨쉬는듯 했다. 마벨의 정식 회사명이 Marvell Technology Group 이란것만 보아도, 얼마나 기술을 중요시 하고 그것을 제품화하는 엔지니어들을 주인공으로 취급하는지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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