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5편.

입력 2014-11-21 09:30  

신디는 그녀의 차분함을 잘 보여주는,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신디는 점심시간에 이전 직장의 상사이자 멘토인 클레이 펠커(Clay Felker)와 경쟁사에 새로 난 자리에 관해 의논하고 있었다. 신디로서는 특별한 정보원에게 전문가의 소중한 조언을 들은 셈이었다.


“세상에나, 그때 존 트래볼타(John Travolta)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건네지 뭐예요. 펠커가 트래볼타에게 엄청난 기회를 안겨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자기가 창간한 잡지 <뉴욕(New York)> 표지기사로 의뢰해둔 거예요. 마침 제가 새로 들어가려는 회사에서 제 직속상관이 될 사람을 트래볼타가 잘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나가는 말로 조언을 좀 해달라고 하니까, 그가 제 말을 진지하게 받아줬어요. ‘그 사람은 몰래 기회를 엿보면서 당신의 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언제든 당신이 가장 약해진 순간에 이때다 하고 튀어나와서 당신이 자기 손 안에 있다는 걸 각인시키려 할 겁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새 직장에 들어간 지 6개월이 지나서 상사는 트래볼타가 경고한대로 행동했다. 신디는 미리 경고를 들은 덕에 그 순간을 철저히 대비해왔다.


“그날 저는 표지기사 제목을 승인받으려고 회의실에 들어갔어요. 회의실 안에는 남자들만 가득하고 편집장이 낮술을 걸쳤는지 문을 연 순간 술 냄새가 확 끼치더군요. 회의실에 앉아 있던 남자들을 둘러보니 다들 뭔가 잘 안 풀리는지 찜찜한 얼굴이었어요. 괴로움과 걱정, 경고의 신호가 번쩍했어요. 다들‘아, 안 돼!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어요.”


신디는 아직 남자 동료들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변덕스런 상사 밑에서 파란만장한 시간을 함께 견디는 동지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편집장이 심사가 뒤틀린 상태라는 걸 눈치채자마자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어요. 트래볼타의 조언이 떠오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려보았어요. 나는 회의를 방해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표지기사 제목 관련 서류를 내밀었어요. 편집장은 슥 훑어보더니 서류를 다시 제게 내밀고는 ‘이따위를 표지기사 제목이라고 들이밀어? 언론대학원으로 돌아가!’라고 호통을 쳤어요.”


신디는 ‘오호라, 당신이 내 눈에서 눈물을 쏙 빼놓을 작정이라 이거지’라고 생각했다. 회의실에 있던 남자들은 겁먹은 듯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신디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보자 싶었다.


“‘제가 사실 언론대학원에 다니지 않았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편집장님도 다니지 않으신 것 같던데요.’ 그리고는 한 박자 쉬었어요. 누군가 낄낄대기 시작하자 편집장도 피식 웃었고, 결국 모두가 한바탕 웃었어요. 한순간에 웃긴 일이 되어버린 거지요. ‘당장 꺼져.’ 편집장이 으르렁댔지만 이번엔 장난기 섞인 말투였어요. 그 뒤로 편집장은 한 번도 절 건드리지 않았어요.”


신디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대신 특유의 재치로 받아치면서 자칫 감정 싸움에 휘말릴지도 모를 함정을 피했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괴팍하게 구는 상사와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만들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럴 때마다 저는 아주 차분하고 분석적인 사람이 됩니다. 편집장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닌 줄 아니까 불현듯 나도 같은 식으로 편집장을 웃겨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그 양반도 다른 남자들 앞에서 유머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신디의 상사가 신디에게 화낸 것은 정당했을까? 아니다. 섬너가 그랬던 것처럼 편집장도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가 있었을까? 그렇다. 신디가 곧바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 내가 눈물을 흘린 것보다 나은 행동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신디는 살기등등한 편집장에게 악을 쓰거나 울지 않으면서 요령껏 대응했고, 눈물을 흘리던 나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유머감각은 아무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농담을 던질 때 매번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상사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젊은 여직원에게 망신당하고 길길이 날뛸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신디가 회의실 분위기를 간파하고 평소처럼 쾌활하고 확실하고 빈틈없이 대응했다는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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