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어떻게 움직였나 ②

입력 2014-12-22 09:30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데자뷰 `유로존 위기 2.0`


한동안 잠잠했던 그리스가 다시 유로존의 문제아(問題兒)로 떠오름에 따라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데자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스 국채금리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연 7%를 넘어섰다. 2011년에 발생했던 ‘유로존 위기 1.0’때에도 그리스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선 뒤 주변 재정 취약국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했다.




그리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유로존에 ‘제2의 재정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그리스 164.2%, 이탈리아 141.7%, 포르투갈 127.9%, 스페인 92.8%, 아일랜드 125.8% 등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위기 1.0을 거치면서 국가채무는 더 늘어났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구제금융 조기 졸업 기대감에 부풀어졌던 그리스 금융시장이 갑자기 불안해진 것은 주로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리스는 2010∼2011년 재정위기 때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로부터 2차에 걸쳐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리스 정부는 더 이상 혹독한 긴축을 하지 않고 경제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구제금융을 조기 졸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들어서는 PIGS(포르투칼·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스페인을 제외하고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이미 구제금융을 졸업한 것이 그리스 정부를 서두르게 한 요인이다.




잊을 만하면 그리스 등 취약 회원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유럽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유럽통합처럼 정치적 주권과 사회문화 문제가 결부된 국가 간의 통합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돼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만의 하나 특정단계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면 성공했다고 평가되던 이전 단계도 그동안 잠복돼 왔던 내부적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통합이 후퇴되거나 위기가 발생한다. 3년전 유럽재정위기도 유럽정치통합(EPU)2가 주춤거리는 것을 계기로 유럽경제통합(EMU)과 유럽통합의 내부적인 문제가 드러나면서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유럽통합이 그 자체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20세기 초 ‘하나의 유럽’이 구상된 이후 100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유럽통합, 특히 유로랜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내재적인 문제점 가운데 올해 5월에 치러졌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와 反EU 정당이 득세하면서 더 심하게 노출됐다.




유럽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 결함이 ‘유로존 위기 1.0’, ‘유로존 위기 2.0’ 등에서 잇달아 노출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럽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되고 유럽통합을 멈추게 하거나 후퇴시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유로존 위기 3.0`은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다. 내년 유로 경기도 유럽통합 행로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와 주력했던 중국 시진평 정부


올해 중국의 시진평 정부는 출범 이후 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주력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중국의 무역결제, 위안화 예금,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 등에서 당초 계획 상당히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 대만 등 화인경제권에 속한 국가 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도 위안화 거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가의 통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기능별·용도별·지역별로 각각 3단계의 국제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능별로는 교환수단·계산단위·가치저당수단 등 3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가능하다. 용도별로는 결제통화·투자통화·보유통화 단계를 걸쳐야 하며 지역적으로는 주변국에서 지역권을 걸쳐 전 세계적으로 통용돼야 한다.




통화 국제화를 위해선 △경제규모 확대 △외환시장의 거래증대 △자본시장의 개방△결제통화로서의 수요 확대 등의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통화 국제화 평가는 △경제규모 △외환거래 △자본시장개방 △결제통화수요 △통화가치의 안정성 등 다섯 가지 여건 면에서 미 달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 단계인 중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 국제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국제화 시기가 다르므로 엔화는 1980∼1999년, 위안화는 2009∼2013년, 원화는 1998∼2013년까지를 국제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분석결과 1980년대 일본의 엔화와 최근 2009∼2013년 사이 중국의 위안화는 이런 국제통화 조건을 빠르게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위안화 국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주변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2009년 7월 위안화 역외 무역 결제의 시범 시행이 시작된 이후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위안화 국제화 수준은 △중국의 경제성장 △무역규모의 증가 △금리개혁 △역외 위안화 시장의 발전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안화 수용도가 커지고 중국과 다른 국가 및 지역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증가했으며, 글로벌 외환거래소에서 위안화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위안화의 역외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는 위안화 역외무역 결제가 증가하고 위안화 국제채권과 어음의 규모가 급등했으며 위안화 파생금융상품의 종류도 확대됐다.




하지만 현재 중심통화인 미국 달러화을 제외하고 주요 통화의 중심통화 가능성을 평가해 보면 위안화는 크게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자본거래 개방성, 외환시장 사용도, 각국 외환보유와 자본 및 무역거래 사용도 면에서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내년에도 시진평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더 속도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화 속에 자금이탈에 시달렸던 신흥국


사상 초유의 충격에도 미국이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하는 데에는 미국 정책당국의 힘이 가장 크다. 하지만 각국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당사국인 미국은 가장 반기는 국가이지만 새로운 부담도 동시에 안게 된다. 지난 6년 동안 풀린 돈이 무려 4조 달러가 웃돌아 후유증에 해당하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등 대부분 신흥국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 신흥국의 대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로 유입됐던 달러캐리 자금 등 외국자금 이탈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적완화 종료를 전후로 일부 신흥국들은 ‘2차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긴급 발작)’에 시달려 왔다.




올해 9월 중순 이후 한국 등 신흥국에서 이탈되는 글로벌 자금은 금리차와 환차손, 특히 환차손에 대한 우려로 이른바 ‘캐리자금의 성격’이 짙다. 양적완화 종료를 전후로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기대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저금리와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유입됐던 신흥국 글로벌 자금이 이탈요인(push factors)이 직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 등 위기지표를 토대로 신흥국별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국가(high crisis country)`로는 외환보유고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로 나타났다.




지금 당장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으나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쉽게 전염될 수 있는 `중위험 국가(middle crisis country)`로는 외환보유고는 적정수준 이상 쌓아 놓고 있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 체코, 태국, 멕시코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오히려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기회요인이 더 많을 수 있는 `저위험 국가(low crisis country)`로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한국, 중국 등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신흥국 간의 차별화 현상이 올해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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