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의 습관] 7편.

입력 2015-07-03 09:30  

“아버님은 좋은 곳에 계시군요. 꽃구경도 하시고.”


내가 말하자 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환자의 피부 밑으로 가느다란 바늘을 고정시키고 링거액이 천천히 떨어질 수 있게 조절했다.


“선생님…… 저희 아버지는 이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청각은 그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빠는 아침부터 어딜 나갔는지…….”


그러고 보니 아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밤에는 오빠가 간호하고 저는 2층에서 자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갈 데가 있다면서 나갔는데 아직도 안 오네요.”


나는 밖으로 나가며 눈짓을 했다. 나를 따라 나온 딸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정말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거지요?”


“아마도. 오빠분한테 빨리 연락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선생님 오시기 전에 전화해봤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어요.”


딸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어쩌면 오빠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엄마가 떠나시던 날, 그날 일 때문에…….”


“오빠가 그런 말을 했나요?”


“아니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을 거예요. 아버지를 간호하면서도 오빠는 계속 ‘일이니까’라고 말했거든요. 원래 오빠는 굉장히 성실한 성격이라서 할 일을 미루거나 그러지 못해요. 책임감이 아주 강해요.
어쩌면 아버지도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엄마 병실에 나타나셨는지 몰라요. 오빠도 그런 기분일까요?”


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덧 어스름이 깔린 저녁이었다. 아들과는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았다.


환자의 호흡이 가빠졌다. 임종을 알리는 아래턱 호흡은 아니었지만, 호흡을 위한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빠는…….”


딸은 고개를 숙였다. 오빠가 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는 것 같았다.


“오빠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해요. 우리 남매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마지막은 같이 있었으면 했는데…….”


J의 입에서 계속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아요. 호흡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딸은 소리를 죽여 울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지만 닦아내도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불단에 모셔진 어머니의 사진을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속삭였다.


“엄마, 미안해…….”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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