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114편. 대머리수리

입력 2015-06-24 09:30  

‘대머리독수리’라는 표현은 그 안에 ‘대머리’와 같은 의미의 ‘독(禿)’이 동시에 들어있어서 의미중복으로 오류이다. 이를 바르게 쓰면 대머리수리이고, 영어로 ‘벌쳐’(vulture)다. 벌쳐의 또 다른 의미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먹는 자’이다.


이렇듯 악랄하다는 의미의 벌쳐는 사자가 먹고 남은 동물의 시체를 먹는 대머리수리의 모습에서 기인한 듯하다. 누군가 어떻게든 치워야할 쓰레기를 먹이로 없애주는 대머리수리의 순기능마저 이미지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펀드에도 벌쳐펀드가 있다. 대머리수리을 닮은 펀드유형이다. 일반 헤지펀드보다 공격적이고 목표가 분명한 펀드다. 넓은 의미에서 헤지펀드의 한 종류인데 부실한 자산을 저가에 인수해 상황이 개선된 후에 고가에 파는 것이 주특기다.



지난달 26일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본 많은 국내투자자들은 삼성의 ‘신의 한 수’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글로벌 헤지펀드회사인 엘리엇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비해 저평가 된 부분을 지적했고, 이후 최근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소송이라는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적극적 행동으로 자신의 몫을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향후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막강한 두 회사의 힘과 논리가 팽팽한 까닭이다. 결국 이 싸움(7월17일 임시주총)에서 승패는 주주들의 호응도(위임장 대결)로 판가름 날것이다.


그간 삼성그룹의 주주 친화적 노력이 이번기회에 제대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삼성이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점에서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국내투자자들의 선택은 정해졌다. 하지만 자신들의 금전적 손실이 걸린 사안에서 선뜻 삼성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주주의 입장에서 엘리엇의 반대 이유는 일리가 있고 주주 친화적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벌쳐펀드의 공격이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예외 없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 집단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언제든 벌쳐펀드의 좋은 먹잇감이다. 지금은 지구촌 각지의 돈이 섞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글로벌 금융시대다. 어설픈 패쇄적 꼼수 경영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주주 친화적 기업문화를 서둘러 구축하는 것만이 벌쳐펀드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아래 문단은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한말을 각색한 것이다.


“회사(군주)가 주주(신하)를 자신의 손발처럼 대하면 주주는 회사를 자기의 심장으로 간주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주주를 개나 말처럼 대하면 주주는 회사를 마부로 간주할 것이고, 만일 회사가 주주를 똥처럼 본다면 주주는 회사를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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