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117편. ‘조르바’의 나라

입력 2015-07-15 09:30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봤던 나무 등걸에 붙어 있는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중략)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의 날개를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에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갔다.”


이 글은 그리스의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가 지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리스는 고대 민주주의 요람이며 인류문화의 불멸의 업적을 남긴 나라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나라이며 조르바의 나라이다.


그런 그리스가 지금 국가부도가 임박했다. 연일 해외 발 뉴스는 재촉하듯 그리스의 채무 협상을 중계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구조적 희생양이라고 억울해 한다.


최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도 그리스 국민은 NO (구제금융 안 반대)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은 ‘천천히 죽는 길과 빨리 죽는 길’ 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1999년 1월 유로화를 단일 화폐로 하는 유로존이 출범할 때만해도 이런 상황을 회원국들은 예상치 못했다. 최대의 채권국인 독일도 몰랐고, 그리스도 몰랐다. 바다건너 미국의 학자나 정치가들의 경고를 기축통화를 지키기 위한 시샘으로 평가 절하했다.


그간 그리스의 자구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고 그리스는 지난 6년여 간 GDP를 약 26% (유로화 기준)를 줄였다. 우리가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GDP를 1년간 1%를 줄이며 느꼈던 고통과 비교해보면 그들이 겪어낸 고통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리스는 “무엇으로 회생을 할 것인가?” 경쟁력 있는 산업도 없고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환율 변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환율주권도 없다. 서두에서 인용했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카잔차키스는 예언하듯 조르바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바위 위에서 새해 아침을 생각한다. 그 불쌍한 나비라도 내 앞에서 몸을 뒤척이며 내가 갈 길을 일러 준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유로존의 형제국가들은 그리스를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나라가 망하면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리스 발 위기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에 우리가 할 일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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