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위기 우려와 김정은 체제 붕괴 가능성 왜 급부상하나?

입력 2017-04-10 10:27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 금융. 현재 중국 경제가 당면한 양대 현안이다. 특히 감독권에서 벗어난 모든 유동성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 규모가 워낙 커 최근 인민은행의 돈 줄 죄기 조치가 자칫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져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이 발생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의 논리적 근거로 ‘나선형 악순환 이론`을 꼽는다. 한동안 경제학계에서 사라졌던 이 이론이 중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 그 중에서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을 설명하는데 다시 거론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가 거치는 ’성장 경로(growth path)’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만 단순히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루이스 전환점(농촌에서 더 이상 노동공급이 중단돼 임금이 급등하는 시기)’과 같은 한계에 부딪치면 그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해 성장하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것이 정형적인 경로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가 이 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물가 앙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 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 동안,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보다 물가를 잡는데 주력해 온 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 수단으로 삼았던 금리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 때에는 의욕적으로 단행했던 금리인상이 때 맞혀 불어 닥친 글로벌 증시 호황으로 국내 여신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2차 긴축 때에는 선진국이 금리를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하게 발생했다.

당초 계획보다 길어진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앙등->추가 금리인상’의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폭도 커져 실물경기마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2014년에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 성장률 7.5%보다 낮은 7.4%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치욕이었다.

이때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중국 경제는 경기순환 상으로 ‘경착륙’에 빠진다. 나선형 악순환 과정에서도 ‘경기 침체’라는 고리가 더 추가돼 경제발전단계 상 제기돼 왔던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도 빠르게 확산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핫머니가 급속히 이탈돼 자산거품이 꺼지고 경기는 ‘역(逆)자산 효과’로 상당기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뒤늦게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과 나선형 악순환 고리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2014년 11월부터 예금과 대출금리 인하 등을 중심으로 긴축정책의 방향을 대거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감독마저 느슨해져 그림자 금융 규모가 커지고 부동산 거품이 폭발 일보 직전까지 몰리자 이번에 다시 ‘긴축의 칼’을 빼든 셈이다.
중요한 것은 ‘3차’에 해당하는 인민은행의 금융긴축 조치가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건은 1차, 2차 때보다 나아 보인다. 세계 증시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선진국도 금융긴축에 나서고 있어 핫 머니 유입과 같은 외부교란요인에 의해 인민은행의 긴축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소지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 등으로 종전 긴축 때에 비해 완충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 금융긴축 정책이 성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비용을 다른 국가에 전가시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인접국으로 위기극복 비용의 전가 여부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에 따라 좌우된다.

9년 전 미국이 당면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금융위기를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투자 분포도를 활용해 위기극복 비용을 다른 국가로 충분히 전가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의 글로벌 투자 분포도가 낮아 대부분 위기극복 비용을 자국이 수용해야하기 때문에 금융긴축 추진 이후 고질병인 나선형 악순환 고리를 쉽게 차단할 수 없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가장 급한 국가는 북한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북한 간의 관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형성됐던 북한채권 거래도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한 돈인 원화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공식적인 북한 원의 환율은 달러당 100원이다. 하지만 암 시장(black market)에서는 9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100원에 환전한 1달러를 암 시장에 내다 팔 경우 9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식시장 접근이 가능한 북한의 권력층들이 엄청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요즘 북한의 외환시장이다.

공식적인 환율과의 괴리를 더 벌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암 시장에 유입되는 외화(미국 달러화)를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을 포함한 대외무역과 외국인 관광, 심지어는 개선공단을 차단하는 것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런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북한 원화는 10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외화공급을 차단해 나갈 경우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 외화가득액은 1년에 50억 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암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환차익만을 겨냥해 외화공급을 무기한 차단할 수는 없다.

북한의 역사는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의 험난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서방에 대해 ‘디폴트(default?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했다. 그 후 거래되는 북한채권은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발행했거나, 상환불능 처리된 북한 채무를 바탕으로 BNP 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 채권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는 북한의 외화조달은 구소련 등 동맹국에 전전으로 의존했다. 이른바 냉전 시대에 구소련은 공산주의 체제 결속을 위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기에 북한도 시베리아 지역 등에 벌목공 파견 등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 북한의 외화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궁여지책 속에 고안해 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이다. 이들 기구에 가입할 경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인류 공영 차원에서 지원되는 ‘저개발국의 성장촉진을 위한 외화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국제금융기구에 최대의결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의 외화조달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외화가득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퍼 노트(100달러 위조 지폐 발행), 마약 밀거래 등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는 `뻬이징 컨선서스‘의 일환으로 해외자원 확보를 통해 세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북한이 부존자원을 매각해 외화를 조달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고, 어느 순간에 김정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사태가 지속되는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고, 이를 토대로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도 종전처럼 ‘하이에나형 환투기’로만 볼 수 없다.

세계적인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퀀텀펀드 회장이 미얀마, 앙골라와 함께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했던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일부에서는 ‘로저스의 궤변’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북한 투자에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가’보다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에 투자자의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북한관련 자산이 투자대상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몰리면서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로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0센트를 밑도는 북한 채권가격이 1달러당(액면가) 60센트까지 치솟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북한 채권가격이 액면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실제 거래도 많았었다. 이때는 남북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북한 채권과 같은 특수채를 거래하는 영국의 금융중개회사인 이그조틱스에 북한 채권을 사두려는 문의가 가장 많았었다.

로저스 회장이 차세대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직후에는 상품 미개발국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종전의 북한 채권이 관심을 끌었을 때를 감안한다면 김정은 체제가 외화를 비롯한 경제사정이 어렵고, 조만간 남북 관계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룰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보다 ‘제로 섬의 내쉬 게임’ 관점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국제협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북한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조달에 궁지에 몰리면서 한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외줄타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초기에는 성과가 있는 듯 했지만 갈수록 외국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심해졌다. 북한채권 거래도 완전히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남한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붕괴될 것이라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로저스가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것도 김정은 체제 붕괴 등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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