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애플 제친 삼성전자…'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으려면

입력 2017-07-10 09:05  



흔히 요즘을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라 부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그렇다. 각국의 이기주의와 보호주의로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목표로 지향해 왔던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GATT·WTO 체제를 주도했던 미국이 이탈한다면 다른 국가가 지키기는 더 어렵다.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파리기후협약 등이 미국을 배제한 차선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 관계에서는 철저하게 ‘그레샴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일본에 이어 ‘트리핀 딜레마’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주장한 것으로 국제 유동성과 달러 신뢰성 간 상충관계를 말한다.

탈(脫)달러화 조짐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빠르게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심이 돼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규범과 체제가 흔들리면 관행과 경륜에 의존해야 혼돈을 바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아웃사이더 전성시대(outsiders’ time)’다. 세계경제 최고단위인 주요 20개국(G20) 독일 정상회담만 하더라도 트럼트 미국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데뷔 무대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경륜이 많은 최고경영자(CEO)일수록 수난을 겪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가 주가 정체 등을 이유로 제왕적 CEO의 상징인 제너럴일렉트릭(CE)의 제프리 이멜트를 쫓아냈다. 비슷한 이유로 마리오 롱기 US스틸 CEO, 마크 필즈 포드자동차 CEO도 해임됐다.

규범과 관행에 의존하지 못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더 혼돈에 빠지고 있다. 올해로 ‘불확실성 시대(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초불확실성 시대(배리 아이켄그린)’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는 ‘뉴 노멀’로 요약된다. ‘노멀’ 시대 통했던 이론과 규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붙여진 용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뉴 노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 해서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 앱노멀(new abnormal)’라 부른다.

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big change)’가 온다는 점이다. 규범과 관행에 의존하다보면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줄 수 없어 ‘작은 변화(small change)’만 생긴다. 하지만 의존하고 참고할 만한 규범과 관행이 없으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개혁과 혁신을 생존 차원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어 어느 순간에 큰 변화가 닥친다.

‘빅 체인지’, 즉 큰 변화에 성공한다면 그에 따르는 보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세계가 하나’로 시장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부호에 들어가려면 노멀 시대에는 최소한 30년이 걸렸으나 뉴 노멀 혹은 뉴 앱노멀 시대에는 10년 이내도 가능하다. 구글과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각국의 정책도 크게 변하고 있다. 8년 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이라는 미명하에 돈을 무제한으로 풀었고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뜨렸던 ‘중앙은행의 만능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큰 정부론’이 국민으로부터 힘을 얻으면서 재정정책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재건’을 위해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케인즈 이론이 태동됐던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과 유사해 ‘트럼프-케인즈언 정책’이라고도 부른다. ‘제2의 레이거노믹스’라 부르는 감세 정책도 병행된다.

유럽도 4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면서(월 800억 유로->600억 유로) 경기대책을 재정정책과 분담시키고 있다. 일본은 ‘금융완화(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주도)’ 중심의 1단계 아베노믹스를 마무리하고 2단계 ’재정정책(혼다 에쓰로 영국 대사 주도)‘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지난해 12월 개최)에서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해 목표 성장률(6.5∼7%)을 달성해 나간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도 대내외 통화정책 여건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보고 여유가 많은 재정정책을 활용해 올해 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산업정책도 우선순위가 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창사자인 크라우스 슈밥이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했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미국, 중국, 독일,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육성시키는 ‘industry 4.0’ 계획을 확정해 올해 예산을 집중 배정하고 있다.

국제원유시장도 8년 만에 다시 카르텔 체제로 환원됐다. 금융위기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계를 보이면서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가 26달러대로 폭락했다. 지난해 11월말에 열렸던 정기총회에서 OPEC가 다시 감산체제에 들어갔다. 이행 여부에 따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글로벌 자금흐름도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변수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국채금리가 급등(국채가격 하락)함에 따라 국채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라가면서 ‘하우소포리아(housophoria=house+euphoria)’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던 세계 주택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국채와 주택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이동되는 새로운 투자처는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지금까지 나타난 변화가 ‘추세적인지’는 시간을 갖고 판단하자는 취지에서 나타나는 ‘금융 노마드’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위험선호 자금이 선도하는 증시로의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대이동)’ 현상이다.

‘뉴 앱노멀·빅 체인지’ 시대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리스크 관리’다. 일등기업이 됐다고 승리에 도취돼 있으면 곧바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을 앞두고 면세 사업권을 따내 성공을 자축했던 국내 백화점 업계가 지금은 텅 빈 매장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경쟁사 애플을 제치고 세계일등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두가 궁금해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뮤추얼 펀드, 세계적인 호텔 매입, 대우증권 인수 등을 성공할 때마다 임직원에게 “좀 나아졌다고 ‘헬레레’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뉴 앱노멀·빅 체인지 시대에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인 세계일등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한 근본적인 힘(경쟁력)이자 모든 사람이 새겨들어야 할 격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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