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하향" 경고…외자 이탈 신호탄?

입력 2017-09-11 09:19  



북핵 위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던 국제신용평가사가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무디스가 북핵 위기가 장기화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a2)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례 정기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피치 등 나머지 평가사도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무디스의 경고는 미묘한 때에 나왔다. 올들어 6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9조원 이상 매수했던 외국인이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탄도미사일 일본 상공 침해, 6차 핵실험이 이루어진 지난 7월 이후 지금까지 2조 6000억원 이상 매도했다. 원화표시 채권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디스의 영향력이다. 국제신용평가시장에서 과점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Herfindahl-Hirschman Index)’를 산출해 보면 독과점 시장 여부의 판단기준인 1,800을 초과할 만큼 3대 평가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노력에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3대 평가사 중에서도 무디스의 영향력은 가장 높다.

ICBM과 6차 핵실험에 대한 외국인 시각도 종전과 다르다. ICBM은 지리적 한계선를 극복한데다 핵은 ‘바세나르 협정(핵과 핵무기, 생화학 무기의 국가 간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국제협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연평도, 천안함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아니라 글로벌 위험으로 보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무디스의 경고가 한국 금융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본격 이탈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자금흐름은 캐리 성격이 짙다. 캐리 트레이드의 근거는 ‘통화 가치를 감안한 국제간 자금이동이론(m=rd-(re+e), m: 자금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한마디로 환차익과 금리차를 겨냥해 거래한다는 의미다.

기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작년 8월 이후 외국인은 시세 차익(코스피 지수 기준), 18%, 환차익 7% 등 25% 이상 한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을 지향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폴 싱어가 운용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목표 수익률이 2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3대 평가사는 ICBM 발사, 6차 핵실험과 같은 ‘테일 리스크(정규분포 상 양쪽 꼬리 부문으로 가능성은 희박하나 발생하면 파장이 큰 위험)’가 발생하면 언제 국가신용등급을 내리느냐 하는 점이다. 목표 수익률을 다 채운 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은 의외로 크게 이탈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연합(EU),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가 중심이 돼 신용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규제방안을 마련해 왔다.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SEC)도 2007년 8월부터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규정을 대폭 개정 할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신용평가사 설립방안을 추진해 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신용평가사의 독과점적 지위에 따른 집중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공시, 투명성, 책임감 등을 강화했다. IOSCO는 각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 신용평가 방법론, 과거 실적자료 등을 공개하고 신용등급 산정모형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개선방안 마련해 권고했다.

또 하나 문제였던 도덕적 해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주요국 정책당국은 신용평가사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시 확대, 신용평가업무의 독립성 확보 등과 같은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과 EU도 이같은 IOSCO의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거나 강화해 적용했거나 조만간 적용할 계획이다.

3대 신용평가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신용등급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모형과 방법론에 대한 정보공시 확대, 구조화관련 증권의 신용등급 표시방법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결제은행(BIS)은 기존 신용등급 뒤에 신용등급 변동성(v), 신뢰도(c), 독립변수의 질적 정보(q) 등을 나타내는 새로운 기호를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개편내용에 따라 각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실적을 보면 하향조정 건수가 상향조정건수를 상회하고 관찰대상도 부정적 대상이 긍정적 대상을 상회해 위기 이전보다 엄격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햇수로 10년째 되는 올해 상반기에도 신용등급이 올라간 국가보다 떨어진 국가가 많다.



금융위기 이후 3대 평가사가 특정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왔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지정학적 위험 비중을 낮추는 대신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비중을 높였다. 지정학적 위험이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는다.

지난 7일 무디스 보고서에서 북핵 위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감안해 시나리오별 신용등급 조정 방향을 내놓은 것도 같은 이치다. 북핵 위험이 장기화되면 ‘신용등급 하향’, 단기에 그칠 경우 ‘전망만 부정적’으로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3대 평가사는 신용등급을 조정할 때 사전에 전망을 조정하고 6개월이 지나만 신용등급을 조정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세계 지정학적(GPR) 지수가 50 포인트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2% 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대치해 있는 한국 경제의 경우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되면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만 아니라면 외화 보유, 재정 건전도와 같은 완충능력을 감안하면 한국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무디스는 보고 있다. 국면전환모형으로 외국인 자금이탈에 따라 위기 가능성을 추정해 보면 낮게 나온다. 국면전환모형이란 환율에 내재된 절상과 절하, 위기구간 정보를 확률 값으로 추출해 위기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북핵 위기에 대한 첫 공식적인 해외시각인 무디스의 경고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주변 4대 강국과 북한에 비해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여건에서 우리 국민(특히 정치인)이 ‘서로 네 탓’만 한다면 경제적 비용이 커지고 국가신응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정신을 토대로 애국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