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 공식, '뉴노멀 시대'도 통할까

입력 2017-11-13 10:24   수정 2017-11-13 10:31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 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겪은 2008~2017년의 세계는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과거의 경기순환은 주로 인플레와 관련돼 발생했다. 종전 경기순환이론대로 한 나라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기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초),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은 없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순환도 금융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으나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진행형 등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종전의 경기순환패턴을 기초로 한 전망이 경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예측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예측기관들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확인된 네트워킹 효과에 심리적 요인 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 만큼 유럽위기가 재차 불거지면서 2011년 하반기 이후 거세지는 경기논쟁이 올해 들어서는 회복국면으로 재진입하는 ‘소프트 패치’냐 아니면 ‘더블 딥’에 빠질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유럽위기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인에게 영국의 경제전문지 EIU를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이 이미 지난 2010년부터 역설해 왔던 주문이다. 이때부터 2차 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스탠다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스탠다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금융위기는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서방선진 7개국(G7)에서 발생했다. 이제 금융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다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경제 최고단위부터 바뀌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앞으로 태동될 국제규범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글로벌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신(新)보호주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국제기구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2010년 11월에 열렸던 G20서울회담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IMF와 비슷한 운명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기구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움직임이 시작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에서 ‘불가불 연계경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 노멀 시대에는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 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에 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켜 행동 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혼합경제나 아니면 중국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자본주의가 한동안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보다 규제강화, 사적이윤보다 공공선이 강조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역시 산업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컨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이른바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기업과 계층에 대해 가치와 평가를 부여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벌써부터 천재성 제품으로 구성되는 ‘알파 라이징 업종’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BOP 비즈니스’가 유망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많은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글로벌스탠다드로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금융위기 이전의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까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뉴 앱노멀(new abnormal) 시대다.

뉴 노멀(혹은 뉴 앱노멀) 시대를 맞아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위기’가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위기가 10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 노멀 시대를 맞는 모든 경제주체들은 ‘또 다른 10년’을 기대와 희망만으로 갖기에는 편치 않아 보인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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