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70만대 디젤 세단의 '주범' 낙인

입력 2016-12-08 08:00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세단과 SUV를 명확히 구분한다. 크기와 형태가 주는 용도 및 느낌이 너무나 달라서다. 그래서 구입할 때는 엔진 차이도 확실히 인지한다. '세단=가솔린, SUV=디젤' 공식이 일반화 된 배경이다. 물론 이런 인식에는 제도 또한 한 몫 단단히 했다. 2005년 이전만 해도 법으로 디젤 세단은 판매가 불가능했던 반면 무거운 SUV에 가솔린 엔진이 올라가면 기름 값 부담에 소비자가 찾지 앉았으니 'SUV=디젤'은 당연했다.
 

 그런데 2005년, 이산화탄소 감축을 목표로 국내에 디젤 세단 판매가 허용됐다. 그 이후 디젤 세단은 치솟는 기름 값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수입 및 국산 디젤 세단이 10년 동안 70만대가 늘었다는 통계도 디젤 세단의 인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사이 디젤 SUV도 무려 321만대가 증가했다(KAIDA, KAMA 집계). 70만대의 디젤 세단과 비교하면 4배 이상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둘을 합쳐 391만대의 디젤 승용차가 국내에 추가된 셈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미세먼지 원인으로 '디젤 승용차'를 언급하며 시선을 돌린 곳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SUV가 아니라 바로 '디젤 세단'이다. 늘어난 70만대의 디젤 세단이 미세먼지 논란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321만대의 디젤 SUV는 원래도 디젤이었으니 슬쩍 감춘 채 새로 가세한 디젤 세단만을 두드렸다. 

 이유는 분명하다. 디젤 SUV는 원래도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디젤 세단 판매는 환경부가 반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디젤 세단을 허용하자는 산업부 의견을 받아들여 유로4 기준부터 판매를 수용했다. 이를 두고 정유 업계를 감싸는 산업부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한국도 이미 유로4 기준의 디젤 배출 규제를 도입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후 디젤은 수입 세단을 중심으로 널리 확대됐다. 특히 유럽 디젤 세단이 한국으로 빠르게 유입됐고, 때마침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로 치솟자 '수입 세단=디젤' 공식이 성립됐다. 미처 디젤 세단 대응을 준비하지 못했던 현대기아차 등은 뒤늦게 중대형 디젤을 투입했지만 이미 소비자 머리에 각인된 '수입 세단=디젤', '국산 세단=가솔린'의 고정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디젤 세단이 늘어나는 가운데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환경부는 이를 계기로 디젤 억제에 나서며 디젤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가솔린 GDi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현재 판매되는 유로6 기준 디젤보다 많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 등은 무시한 채 오로지 낙인찍기에 골몰했고, 여론도 편승했다. 그리고 대상으로 '디젤 승용차'가 지목됐는데, 그 중에서도 70만대가 증가한 디젤 세단에 초점을 맞췄다. 321만대의 디젤 SUV는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줄여야 할 자동차 배출가스는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종류도 많고, 다양하기도 하다. 그런데 특정 연료에 특정 배출가스 감축에만 정책 목표를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환경부가 주목한 미세먼지만 해도 가솔린 승용차의 GDi 엔진이 초미세먼지는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결과도 이미 도출돼 있다. 하지만 국내 가솔린 엔진 배출 가스 시험에는 미세먼지 측정 항목이 아예 없다. 그러니 가솔린 GDi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돼도 외형상 GDi의 미세먼지 기준은 그 어떤 차라도 100% 합격이다.  

 물론 디젤의 배출가스를 이대로 방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디젤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 낙인을 찍는 것 또한 곤란하다는 의미다. 가솔린, LPG, 디젤 모두 흔히 말하는 화석연료라는 점은 공통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각 연료의 물적 특성에 따라 배출되는 가스의 성분과 함량이 다를 뿐 어느 한 쪽을 누른다고 깨끗한 배출가스가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근시안적이다. 

 최근 산업부가 친환경차로 지정되려면 연료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케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다. 어떤 연료를 쓰든 각 연료를 태우고 나오는 배출가스가 줄어들면 된다. 그러자 일부 제조사가 해당 기준을 거뜬히(?) 충족하는 디젤차 출시를 공언하고 있다. 디젤이 대기오염이 주범이라는 낙인을 벗고 싶다는 의지다. 하지만 앞으로 만들 기준에는 가솔린 GDi 엔진의 미세먼지 측정 여부도 포함돼야 한다. LPG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은 기준이 합리적일 때 공정하기 마련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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