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사람들은 왜 거리시위에 나서는 걸까?

입력 2019-11-25 17:40   수정 2019-11-26 00:05

2002년 6월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촛불시위는 점차 본격화돼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그리고 2016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광화문 시위와 서초동 시위로 나뉘어 정치적 갈등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홍콩·칠레·스페인 바르셀로나·레바논·이라크·볼리비아 등 세계 전역에서 반(反)정부 거리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스웨덴의 매그너스 그랜버그 교수가 1912년부터 2012년까지 서구 18개 나라에서 일어난 일반적인 파업·폭동·반정부 시위·혁명을 분석한 결과, 1960년대에 사회운동이 급증했다가 이후 감소했으며 2009년부터 다시 다툼과 논쟁이 증가했다. 그 형태도 변화해 반정부 시위가 두드러졌다. 국민 청원을 올리거나, 파업하거나,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등 온라인 확산으로 이전과 다른 양상의 시위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선다.

‘거리시위’는 정치적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고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거리시위가 ‘의식적인 정치적 거리 예술’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리시위를 통해 사회 운동을 극화(dramatization)해 표현하는 것은, 그 운동에 대한 가치와 욕구를 더욱 강렬히 분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거리시위는 참여자들의 결속력을 높이기도 하고, 같은 의상이나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유대감과 동질감을 높여 저항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공공장소나 인도에서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단순한 모임(gathering)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임이 무언가를 축하하면서 축제를 벌인다면 행진(parade)이 되는 것이고, 항의나 저항의 의미를 갖는다면 시위(demonstration)가 되는 것이다.

정치 문제에 완전히 무관심한 사람이 있지만, 사사건건 분노를 표현하는 과격한 사람도 있다. 불만으로 가득 차 있고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런 행동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을 정치적 활동가(political activist)라고 한다. 이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불평과 분노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투표나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적극적인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그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권한, 힘, 공동체의 소속, 자유, 초월성 같은 기분이 그들에게 행복감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활동가는 모두 ‘행복한 전사들(warriors)’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참여가 무조건적인 헌신이라기보다 심리적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활동주의는 자기 초월감과 큰 무리에 소속돼 있다는 소속 욕구 그리고 사회적 유대감 욕구가 충족돼 스스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시위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나는 자기를 향한 감정과 다른 하나는 외집단을 향한 감정이다. 외집단에는 부정적인 갈등 감정을 갖게 되는데, 그 대상이 정부였을 때는 분노와 경멸이 훨씬 더 강력해진다. 국민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부당성에 대한 분노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기를 향한 감정은 긍정적인 측면을 띤다. 집단행동 참여는 행복,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상승시킨다. 자신이 속한 내집단을 대표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뿐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정의감을 느끼면서 더욱 활력적으로 된다. 그래서 거리시위에 나서면 점차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감정이 집단시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리의 집단시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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