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Global insight] 'IT 거물'들이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19-12-20 17:06   수정 2019-12-21 00:07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뒀다. 올해 23세인 첫째딸 제니퍼는 명문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출신이다. 스무 살이 된 아들 존은 듀크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열일곱 살짜리 막내딸 피비는 뉴욕에서 발레, 공연예술 등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회에서 게이츠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양육자로 평가받는다. 정보기술(IT)업계 거물로 재산이 1000억달러에 달하는 백만장자 게이츠도 여느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도 IT 기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었다. 게이츠는 2017년 4월 영국 더미러와의 인터뷰에서 “큰딸이 열 살이었을 때 컴퓨터게임에 빠졌다”며 “하루에 두세 시간씩 게임을 하는 딸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인 멀린다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하긴 했지만 내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준비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게이츠 부부는 규칙을 정했다. 만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하도록 했고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원천 금지했다. 침대에 누워서는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게이츠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집에서 컴퓨터를 하루 45분만 이용할 수 있었다. 처음엔 불만이 컸던 아이들은 차츰 게임하던 시간에 숙제를 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글로벌 IT 기업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린 자녀에게 IT 기기를 멀리하도록 가르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알렉시스 오해니언 레딧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사고하는 힘이 책과 대화에서 나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가 쓴 회고록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를 보면 게이츠의 아버지는 어린 게이츠에게 주중엔 TV를 시청하지 못하도록 했다. 게이츠는 “부모님은 책 내용과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에 관해 토론했다”며 “컴퓨터가 책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인도 출신인 피차이 CEO와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들을 통제했다. 피차이는 “나는 컴퓨터와 TV는 아예 없고 전화 통화도 어려운 동네에서 자랐다”며 “그것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해줬다”고 했다. 잡스가 생전에 살던 집은 ‘테크 프리(tech-free)’ 공간에 가까웠다. 그는 식사하면서 어린 자녀들과 책,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테크 거물들도 어린 자녀에게서 IT 기기를 떼어놓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마이크로솔루션스 등 벤처기업을 설립해 성공을 거둔 마크 큐번은 아이들에게 일명 ‘스크린타임’을 벌도록 했다. 컴퓨터 게임 시간과 수학 문제를 교환하고, 책을 한 권 읽으면 넷플릭스를 2시간 볼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큐번의 자녀들은 친구 아이디를 빌려 넷플릭스에 접속하거나 몰래 게임을 했다. IT업계에서 ‘괴짜 천재’로 불리는 그는 자녀들이 허락 없이 IT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자녀들의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을 감지하는 특별한 라우터(무선신호 발생 장치)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나델라 CEO는 매주 자녀들과 열띤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에선 이번주엔 영화 몇 편을 보고, 비디오 게임을 얼마나 할지 정한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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