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달러의 쇠락을 경고하는 금 가격

입력 2020-01-02 08:17   수정 2020-01-02 08:44


2019년은 주식 채권 상품 등 모든 자산이 5% 이상 오른 해로 기록됐습니다. 2010년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위험자산인 미국 주식이 30% 가까이 급등(S&P500 기준)한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19% 올랐습니다. 지난 12월31일 마지막 거래일엔 온스당 1526달러까지 랠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미중 무역갈등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금값이 강세를 유지한 점을 눈여겨 보는 이가 많습니다. 무역갈등이 가라앉았고,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가 커졌지만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①달러 약세 예상

지난해 4분기는 미 중앙은행(Fed)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본격화한 시기입니다. 7~10월 세번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소위 '양적완화(QE)가 아닌 양적완화'를 시작했지요. 지난 10월부터 Fed는 400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과 단기 채권 매입을 통해 풀었습니다.

이런 유동성 공급은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매년 1조달러에 달하는 예산 적자를 내면서 국채를 마구 찍어내고 있으니까요.

Fed의 달러 대량 공급은 현재는 뉴욕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달러가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최근 미국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속에서도 달러화는 조금씩 약세를 보이는 이유입니다.

달러화 약세 예상이 강해진다면 각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할까요. 외환보유고를 달러에서 금이나 다른 통화로 다변화해야할 겁니다.

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는 곳은 미국뿐 아닙니다. 일본, 유럽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통화들도 모두 신뢰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금이 가장 좋은 대안인 셈입니다.
실제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등은 달러 보유량을 줄이고 대신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예 지난해 1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 미국의 제재 확대 등 정치적 이유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값은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와 연동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②헤지 수요

지난해 모든 투자자산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쾌재를 부르면서도 내심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 번 상당한 조정장이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사면서도 뭔가 헤지를 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습니다. 오는 3월 풋옵션 수요가 대폭 증가한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헤지를 위한 금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을 기준으로 금 선물 시장에서 순매수 포지션은 매도 포지션보다 21만9268 계약이 더 많았습니다. 이는 작년 초에 비해 5만7000계약 가까이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국채의 경우 미국 10년물이 1% 후반대이고, 일본 유럽 등의 마이너스 국채도 10조달러 어치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금의 가장 큰 약점은 무이자 자산이란 점입니다. 하지만 경쟁하는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금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은 셈입니다.
금은 달러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도 여겨집니다. 올해 그동안 눌러있던 인플레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요.

게다가 여전히 중동 불안, 브렉시트, 북한의 위협, 미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 등 세계에는 지정학적 불안요소가 많습니다.

뭔가 조정장이 촉발된다면 안전자산인 금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은 최근 "흥미로운 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에 주목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③원유 거래 수단

터키는 금 보유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돈이 많거나 금이 많이 채굴되는 나라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터키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과거부터 이란에서 원유를 사면서 달러 대신 금으로 결제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유엔은 지난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제재를 강화해왔습니다. 2016년 이란이 핵합의를 이행하기 전까지 제재는 이어졌습니다.

그 당시 터키는 거래가 막혀 값이 싸진 이란산 원유를 육로를 통해 들여오면서 금을 건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터키외에 중국 등도 이런 거래를 시작했다는 설이 많습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1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1113만배럴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입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201만배럴, 러시아 187만배럴, 이라크 142만배럴, 앙골라 84만배럴 등 상위 4개국을 합쳐도 614만배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란으로부터의 수입은 공식적으로는 13만배럴에 그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통계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난달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이슬람 국가 정상회의에서 아예 이란, 터키,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 4개국은 골드 디나르(이슬람 금화)와 물물교환을 기반으로 한 무역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값은 올해도 계속 오를까요? 아니면 미국과 글로벌 경기가 부활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매력을 잃어갈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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