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신약의 메카로"…美 진출 키워드는 '위치·기술·사람'

입력 2020-01-15 15:04   수정 2020-01-15 15:05


제약바이오업계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데다 바이오산업 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지 임상을 위한 전초기지로도 필요하다. 지난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공동 개최한 사업개발 포럼에는 윤태진 유한양행 글로벌BD팀장(이사), 박희술 LG화학 생명과학본부 경영전략담당 상무, 엄태웅 삼양바이오팜 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로 위치, 기술, 사람을 꼽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유한양행, LG화학, 삼양바이오팜은 모두 미국 보스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엄 사장은 “글로벌 신약이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신약 개발이 활발한) 미국 외에는 아무 곳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년여의 검토 끝에 고른 후보지는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보스턴이었다. 미국 서부 지역은 한국과 시차가 상대적으로 적어 현지 업무 시작 시간과 한국 업무 종료 시간대가 일부 맞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지 네트워킹을 하기엔 바이오 회사들이 분산돼 있는 게 약점이다.

엄 사장은 미국 기업들에 삼양바이오팜의 존재감을 단시간에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보스턴에서도 가장 비싼 지역에 터를 잡아야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켄달스퀘어를 선택했다”며 “이 지역 식당에선 매일 점심, 저녁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개발 담당자들이 굵직한 미팅을 수시로 한다”고 귀띔했다. 초기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정면돌파’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LG화학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최적지로 보스턴을 골랐다. 보스턴은 제약바이오 대기업을 비롯해 연구소, 대학 등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보스턴에서는 사무실을 여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맥을 만들 수 있다”며 “주정부나 유관 단체의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 이를 활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목표에 부합하는 기술 찾아야

유한양행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개별적 아이템을 도입하기보다 특정 질병군을 정한 뒤 해당 분야에 특화된 연구소, 사업단, 대학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초연구 역량을 갖춘 곳과 협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특정 영역에서의 종합적 연구개발(R&D) 능력을 쌓겠다는 포석이다. 윤 팀장은 “이 전략은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누가 빠져나가도 이어서 할 수 있는 내재화된 시스템 구축에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임상 개발을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하고 싶은 질환 영역이 무엇인지 충분한 고민 끝에 미국을 선택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항암,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이라는 세부 분야를 정했다.

삼양바이오팜은 미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 연구소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 초기 단계에 발굴해 도입한 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경기 판교 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것도 미국 법인의 역할로 설정했다. 엄 사장은 “계열 내 최고(베스트 인 클래스) 대신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 가질 만한 혁신신약(퍼스트 인 클래스) 개발이 갈 길”이라며 “임상 3상에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대신 퍼스트 인 클래스 탐색에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미국 인사 문화도 숙지해야

현지법인의 인사관리도 기업들의 숙제 중 하나다. 박 상무는 “법인장 후보로 다섯 명을 면접했지만 급여와 인센티브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며 “미국 인재들은 제품 개발에서 보람을 찾기보다 기업공개(IPO)로 인한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간과하면 의외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양바이오팜도 인력 확보를 위해 전문 업체 세 곳에 일을 맡겼음에도 사람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런 인재들에게 한국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하면 충돌이 발생한다. 미국인들은 사전에 약속된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회사가 연구개발하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뽑기로 결정했다. 엄 사장은 “이렇게 뽑은 인재들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합성의약품, 미국은 바이오의약품으로 교통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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