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한 치매노인, 2심서 '집유'…"인간 존엄성 고려"

입력 2020-02-11 07:34   수정 2020-02-11 07:38



치매를 앓던 가운데 아내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노인이 2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경됐다. 정신 질환이 심한 피고인을 실형에 처하기 보다 치료 명령과 보호관찰을 붙인 집유를 선고해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판단해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전날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열린 치매 노인 A씨의 살인 혐의 항소심 사건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형사재판은 통상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되지만 이날 재판은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피고인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진행했다.

A씨는 2018년 12월 아내 B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앙형 이유로는 정신 질환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질병으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이 꼽혔다.

A씨의 치매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구치소 수감 중 면회 온 딸에게 왜 엄마와 함께 오지 않았느냐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작년 9월 주거를 치매 전문병원으로 제한하는 치료 목적의 보석 결정을 내렸다. 치료적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치매 환자에게 내려진 첫 보석 결정이었다.

전날 항소심 재판부 판결 선고는 A씨를 치료 중인 병원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공판 절차는 법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사건이라면서도 국가기능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A씨는 최후진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고 대신 A씨의 자녀는 "아버지가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이라고 인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받은 1심보다 감경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만 5년의 집행유예 동안 보호관찰을 받고 치매 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해 계속 치료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피고인에게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치료 명령과 보호관찰을 붙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계속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그의 가족에게는 이날 모든 사법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 치료를 위한 치료적 사법절차는 계속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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