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정우성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노메이크업 이유는…"

입력 2020-02-19 09:55   수정 2020-02-19 09:57


올해로 데뷔 26년. 하지만 여전히 '잘생김'을 대표하는 배우 정우성이다. 그런 정우성이 더 멋진 이유는 작품 속에서는 캐릭터에 온전히 몰두한다는 것. 자신이 잘생기게 나오는 것보다 작품자체가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9일 개봉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작품이다.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을 연기했다.

태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허당이다. 동거를 하던 애인에게도 당하고, 사채업자에게도 당하고, 심지어 '호구잡았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동창한테도 당한다. 하지만 극 후반부엔 통쾌한 반전을 담당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태영 속에 정우성하면 떠오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우성의 파격적인 변신에 "전도연 씨도, 감독님도 놀랐다"고 할 정도. 극중 빵빵 터지는 장면 대부분은 정우성이 준비한 애드리브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정우성은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던져 버리는 데 성공했다.

"어떤 작품이나 첫 시사회 반응에 가장 긴장되는데, 이번엔 그게 좋으니 안심이 돼요. 작품은 좋으니 이제 온전히 다음 상황에 운명을 던져야 하니까 마음이 놓여요.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미뤄지게 됐는데, 그것도 이 작품의 운명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주목받은 건 정우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멀티캐스팅이 화려했기 때문. 태영을 뒤통수 친 연희 역의 전도연을 비롯해 배성우, 윤여정, 진경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정우성과 전도연은 동시기에 데뷔해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춰 관심을 모았다.

처음이었지만 정우성과 전도연은 어색함이 없었다. 정우성은 "왜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안했나라는 생각을 서로 한 거 같다"면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오랫동안 서로가 연기하는 모습을 봐 왔기에 "존중하는 현장"이었다고.

"모든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가장 기본적인 작품 선택의 요소인데, 시나리오를 보고 전도연 씨가 캐스팅됐다는 얘길 들으니 더 반갑고 확신이 생겼어요. 특히 태영은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았죠.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은 아니지만 누구와도 엮이지 않았기에 허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관객들이 쉬어가는 타이밍이 되길 바랐죠."

영화 '범죄도시'에서는 섬뜩하고, '성난황소' 등에서 추남 연기로 웃음을 안겼던 배우 박지환에게 "네 얼굴에 내가 있다"고 하거나, 떠나려는 연희에게 "가지마"라며 백허그를 하는 극 중 웃음 포인트 대부분은 정우성의 애드리브로 완성됐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공을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게 넘겼다. "처음 애드리브를 했을 땐 당황했지만, 다들 재밌게 받아쳤다"며 "그러면서 괜찮은 모습이 완성됐다"고 평했다.

노메이크업으로 자신의 살아온 삶까지 스크린에 담아낸 정우성이었다. "메이크업을 위한 메이크업은 하지 않는다"는 정우성은 "제 나이에 맞는, 시간 안에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면서 연기관을 전했다. "외모 관리는 전혀 안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부모님이 주신 DNA"라고 유머 있게 답하며 "누워있는 시간이 답답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피부관리실에 누워도 있어 봤어요. 몇회권을 한 번에 결제하고 안 가서 생돈을 날린 적도 있죠. 그런데 누워만 있지 못하겠더라고요. 시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게 좋지 않을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귀찮은 거죠.(웃음) 게으른 거고."

돈을 좇는 태영과 달리 인간 정우성은 소신있는 행동과 발언으로 더욱 박수를 받았던 배우였다. 자신의 행운의 부적으로도 '신념'을 꼽는 정우성은 "신념이 있다면 어떤 난관이 와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서 외모 뿐 아니라 잘생긴 정신까지 뽐냈다.

"절박한 시기는 있었지만, 한탕주의는 없었어요. 10대 때 학교를 자퇴하고,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나와 내가 어디에 서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델도 했어요. 에이전시가 사라져 돈이 떼이기도 했죠. 그럼에도 제가 가졌던 건 막연한 꿈이었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순자(윤여정)가 '사지가 멀쩡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걸 모두에게 받아들이라 강요할 순 없지만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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