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쁜 지표' 애써 포장하는 한국은행

입력 2020-03-05 18:17   수정 2020-03-06 00:17

한국은행은 지난 3일 작년 국민소득 잠정치를 발표했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047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이 4년 만에 감소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발표 직후 국민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비판적 기사가 쏟아졌다. 오후 4시 한은은 이례적으로 추가 브리핑문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것은 원화가치와 물가(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한 탓”이라며 “환율과 물가의 변동이 없었다면 국민소득은 지난해보다 늘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물가, 환율 변수에 좌우된다. 한은 설명처럼 지난해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5.9%, 물가가 0.9% 떨어지면서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은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한은의 이 같은 태도는 2017년과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불어났을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은 2019년과 반대로 원화가치와 물가가 적잖이 뛴 덕분이었다. 하지만 한은은 당시에 환율과 물가 덕에 국민소득이 더 불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환율과 물가를 배제하고 국민소득을 따져보라”는 한은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환율과 물가는 경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환율은 국가 기초 경제력을 예민하게 반영한다. 달러로 국민소득을 환산하면 현재 국민소득과 국가의 경제력을 한층 오롯이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환율과 물가를 배제하고 본다고 해서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2.0%)은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0.8%) 후 최저치다.

한은은 경기 하강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이례적으로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나올 때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 ‘일시적 요인’이라거나 ‘일부 변수 때문’이라는 설명에 급급했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나타냈을 때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브리핑 후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없는데도 “한마디 더 해야겠다”며 “대규모 배당수지 적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작 배당수지 적자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얘기는 쏙 뺐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4%라는 기대 이하의 숫자가 나왔을 때는 “해외여행이 줄어서 그렇다” “날씨가 선선해서 의류 소비가 줄었다”는 식의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확산되는 통화정책 비판론도 귀담아듣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지만 소비·투자는 위축된 반면 부동자금은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진작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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