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日에 발묶인 신동빈, 셔틀 경영 대신 '원격 경영'

입력 2020-04-21 16:40   수정 2020-04-22 01:3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지난달 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를 지낸 직후였다.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을 앞둔 상황이라 꼭 가야 하는 출장이었다.

그것이 한국에서의 마지막이었다. 신 회장은 이후 45일째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본에 발이 묶인 탓이다. 부친 신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진 한·일을 오가는 ‘셔틀 경영’ 대신 ‘원격 경영’이 그렇게 시작됐다.

7주째 그룹 수뇌부 ‘화상회의’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매주 화요일 ‘주간회의’를 화상으로 하고 있다. 이 회의는 그룹 내 핵심 임원만 참석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신 회장이 국내에 있을 땐 다른 일정을 미뤄서라도 이 회의는 꼭 챙긴다. 하지만 최근 일곱 차례 회의는 모두 화상으로 열렸다.

현안에 대해 계열사들과 비정기적으로 하는 회의와 수시로 받는 보고도 모두 화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지난 2월에도 대면 회의를 고수했다.

신 회장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일본에서 들어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일본으로 떠난 직후인 지난달 9일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 간 입국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달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신 회장은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통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통합 경영해왔다. 셔틀 경영의 원조는 신 명예회장이다. 양국 롯데그룹의 현안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챙기기 위해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서 업무를 봤다. 신 회장도 일찍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1년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보내왔다.

화상회의에서도 신 회장이 주도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화상회의에서 임원들에게 “코로나19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비해 사업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다만 대면회의만큼의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로 출근했던 신 회장은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택에서 원격 경영을 시작했다.

그룹에는 주요 현안이 쌓여 있다. 롯데그룹의 야심작인 온라인몰 ‘롯데ON’이 이달 말 출시되고 오프라인 매장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신 회장과 롯데지주, 롯데쇼핑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비상 상황이기도 하다.

복귀 날짜는 미정

신 회장의 원격 경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올 날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입국자는 모두 자택이나 정부 시설에 2주간 자가격리된다. 신 회장도 입국 후 2주간은 일본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택에서 화상회의를 열고 보고받아야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국내에서 자가격리되는 것 자체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지금 한국으로 돌아오면 일본으로 다시 가기도 어렵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등 사태가 진정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 20일 하루 사망자가 25명에 달하는 등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한국에 복귀해 일본 입국이 불가능한 와중에 일본에서 코로나19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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