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밀착형 대책·사회적 거리두기…'방역 모범국'은 달랐다

입력 2020-04-23 15:33   수정 2020-04-23 15:35


한국을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하루 최대 900명에 달했던 신규 확진자는 수일째 1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언제든지 대규모 추가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큰불은 잡힌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 등에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동참과 선진 의료체계, 의료진의 희생 등을 기반으로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여러 기관의 노력이 한국을 ‘방역 모범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확진자 줄어

한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20일이다. 중국에서 온 여성이었다. 한국은 이날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하고 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지만 확진자는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다. 1주일여 뒤에는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높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2월 중순에는 5일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둔화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도 연기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청도 대남병원과 서울 은평성모병원 등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2월 29일에는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909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 수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정부는 뒤늦게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해외 유입 감염은 지금도 가장 큰 위협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모든 입국자에게 2주 자가격리를 의무화한 이후부터다. 지난 6일에는 2월 20일 이후 46일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아래로 떨어졌고, 9일에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2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0이 됐다. 최근에는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맞춤형 대책 펼쳐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추가 확산을 막는 데는 지자체의 디테일한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지역 특성에 맞게 생활 밀착형 방역 대책을 펼쳤다.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강서구는 지역사회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조치에 집중했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에게는 전담 공무원을 붙여 하루에 두 번 이상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강서구에서는 지금까지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원 대책도 자치구별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금천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노래방과 PC방 등 다중이용업소와 학원 및 교습소에 휴업지원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도 휴업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최대 19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양천구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착한결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자주 찾는 단골집에 가서 다음에 또 방문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용요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선결제하는 운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식당은 당장 현금을 확보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재방문 시 10%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은 ‘숙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방역당국은 경증이나 무증상으로도 전염되는 등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유행을 단기간에 종식시키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올겨울 2차 대유행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0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기기 좋은 환경에서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감염된 이후 면역 형성 과정, 면역 지속 등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어서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초토화된 경제 상황도 문제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6.7%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처음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제시한 -0.6%에서 -1.5%로 낮췄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유·항공 등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대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 ‘경제 방역’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며 “석유 수요가 감소한 데다 국제 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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