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기업 재무리포트]올해도 1兆 이상 차입금 쌓는 LG화학, 11년 만에 신용등급 강등 눈앞

입력 2020-04-27 09:09   수정 2020-04-27 15:47

≪이 기사는 04월24일(15: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올해 들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고 있다. 4월까지 빌린 돈만 해도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차입은 공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적이 꺾이는 바람에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장기간 유지해온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3일 폴란드 배터리공장 증설 목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5억5000만유로(약 7300억원)를 대출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출은 자금 사용목적이 친환경 투자로 제한된 그린론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9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지 두 달 만에 또 대규모 자금을 빌렸다.

LG화학은 최근 3년여간 석유화학, 2차전지 등 주요사업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대거 늘렸다. 2016년 말 2조8906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8조4142억원까지 불어났다. 올 들어서도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빌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빚 규모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차입금 증가를 상쇄해줬던 탄탄한 실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8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 급감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주요 화학제품 마진이 떨어진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충당금을 4240억원까지 쌓은 여파가 컸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요 제품 수요 감소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권사들은 LG화학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2% 줄어든 158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2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을 정도로 탄탄했던 현금창출능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초부터 재무구조 악화를 지적했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2월 ‘A-’에서 ‘BBB+’로, 무디스는 지난 2월 ‘A3’에서 ‘Baa1’로 LG화학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무디스의 경우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완희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상당한 규모의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말까지 LG화학의 차입금이 13조5000억~14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2차전지 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이익 증가가 예상됨에도 재무구조가 의미 있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올해 안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화학의 주요 재무지표가 이미 신용평가사들이 내건 신용등급 강등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어서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지난해 말 9.6%까지 하락하면서 기준선인 11% 아래로 떨어졌다. 차입 부담을 보여주는 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도 3.1배를 기록하면서 신용도 유지를 위한 상한선(3.0배)을 넘겼다.

LG화학의 국내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A+’다. 등급이 떨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AA등급으로 내려오게 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출과 채권 발행 등 차입에 드는 이자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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