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수장으로서 과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왜 개미들이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 대신 위험이 큰 직접투자에 몰입하는지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개인 직접투자 열풍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금융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개미’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 들어 5대 증권사에 유입된 비대면 예탁금만도 10조원을 웃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을 ‘대박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들의 행보는 과거 경제위기 때의 학습효과에 따른 합리적 기대로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이은 사고로 금융회사의 신뢰가 급격히 낮아진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계에선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 사태’ 등 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상품을 판 국내 유수의 금융사들조차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감독당국은 늘 뒷북이었다. 이런 사태를 목도한 투자자들이 그래도 ‘피 같은 내돈’을 금융사에 맡기고 싶을까.
신뢰가 업(業)의 모든 것이라고 할 금융회사와, 이들을 감독하는 당국 입장에서 최근 개인들의 직접투자 과열은 결코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금융사들이 지향해온 자산관리(WM) 등의 사업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지도 모른다. 뼈를 깎는 신뢰 회복 노력 없이 한국 금융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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