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 외적 일에 발목잡힌 기업인 모습 안타까워…경영 전념할 계기 됐으면"

입력 2020-05-06 17:40   수정 2020-05-07 00:48

재계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업 총수가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는 기업인이 적지 않았다. 기업인들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을 평가하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이 본연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했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녀가 있는 그룹의 총수가 상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국내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공개적으로 약속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삼성의 큰 결단이고, 한국 기업사의 물줄기를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인사는 “앞으로 오너 일가의 3~4세들이 미국처럼 경영권이 아닌 주식만 소유한 채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겠느냐”며 “삼성이 한다고 해서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좌표가 설정된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경영에 몰두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4대 그룹 고위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미증유의 경영 환경 속에서 본업인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경영 외적인 일에 발목이 잡혀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걸 보니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어쨌거나 사회의 흐름에 발맞춰가야 한다는 현실을 목도했다”며 “한국의 기업사에 또 다른 하나의 매듭이 지어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오늘 이 부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이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경영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최고의 ‘애국’인데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와 선언이 다른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다른 그룹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시도하는 걸 다른 그룹들이 무턱대고 받아들일 경우 ‘소버린 사태’ ‘칼 아이칸의 KT&G 공격’ 같은 일도 벌어질 수 있다”며 “지배구조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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