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앞둔 통신사업자 규제법…"n번방 방지냐, 통신 검열이냐"

입력 2020-05-10 17:37   수정 2020-05-11 02:10

이른바 ‘n번방’ 방지를 명목으로 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신비밀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 메신저 등에서의 불법 촬영물, 음란물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에 일종의 ‘통신 검열’을 의무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르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된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이번 임시국회나 다음 임시국회 본회의를 거쳐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 두 개정안은 지난 7일 나란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성폭력범죄처벌법을 위반한 불법 촬영물을 삭제 및 접속 차단하도록 하는 등 유통 방지 조치 의무를 지우는 법안이다. 이를 어긴 사업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에 불법 촬영물 등 유통 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긴 사업자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정안들이 ICT사업자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이용자의 통신 비밀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SNS 대화 내용은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명목으로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불가능한 의무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대화 내용 확인을 위해) 사업자가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한다면 국민에 대한 사적 검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이 “문제의 핵심을 희석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n번방 문제의 핵심은 위계와 협박으로 타인의 성을 착취한 것”이라며 “범죄자를 일벌백계해야 할 사안을 인터넷사업자에 초점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본사와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 등에는 규제가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의 규제가 해외사업자에 미치느냐’는 질문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현재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비슷한 다른 법안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발의한 개정안이 뼈대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법상 입법예고 기간(10일 이상)을 어긴 채 이틀 만인 6일 과방위 법안소위에 회부됐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 작성도 생략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인터넷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홀로 퇴보할 것”이라며 “국회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올바른 방향의 n번방 방지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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