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는 삼성, 신약은 LG 출신…바이오 창업 이끄는 '든든한 두개의 축'

입력 2020-05-25 17:27   수정 2020-10-09 15:55

영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질병 판독 시스템을 개발한 뷰노의 김현준 대표는 6년 전엔 의료 분야와 무관한 삼성종합기술원의 정보기술(IT) 연구원이었다. 컴퓨터 공학 박사인 김 대표는 영상 AI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접목하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판단해 팀원 두 명과 함께 퇴사했다. 경쟁이 심한 IT 분야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눈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분석 솔루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이 회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 출신 의료기기업계에서 맹활약

2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종기원 등 삼성그룹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한 회사들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LG화학 출신 연구자들이 대거 회사를 나와 신약 개발 회사를 차렸던 창업 열풍에 견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그룹 출신 창업자가 적어도 20여 명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해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 등은 삼성종기원 출신이다. 이들은 IT를 활용해 의료분야에서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벤처 스탠다임이 대표적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가상 환경에서 자동으로 선정하는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400만 건의 물질 구조와 기능을 AI 방식으로 학습해 후보물질을 찾아낸다. 신약 후보물질을 하나하나 다른 기관에 보내 약효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기간을 대폭 줄였다. 얼마 전 SK(주)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2004년부터 삼성종기원 CTO팀에 몸담으며 삼성그룹의 바이오 신사업 전략 수립에 참여했던 이문수 대표 역시 의료기기 분야에서 새 시장을 열고 있다. 혈액 속 암세포를 잡아 암 진단을 하는 기술을 보유한 진단업체 싸이토젠은 삼성전기 전략기획 고문이었던 전병희 대표가 창업했다. 삼성종기원 바이오연구소장을 지낸 박재찬 사장도 함께 일하고 있다.

IT와 의료 접목한 창업 잇따라

의료기기 분야에서 삼성 출신 연구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IT를 의료분야에 잘 접목했기 때문이다. 삼성종기원은 AI 기술과 데이터 분석 연구 등에 뛰어나고, 삼성전자 등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현준 대표는 “IT업계에서 영상 AI분야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선점된 영역이 많다”며 “하지만 의료분야는 허가 문제 등으로 기술 도입에 보수적이어서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은 사내 벤처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에서 의료용 레이저를 연구하다 창업한 최종석 대표가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바늘로 작은 구멍을 내 채혈하던 기존 제품과 달리 레이저를 이용한 채혈기를 개발했다. 이문수 대표는 “원격의료 등 IT가 필요한 영역으로 확장성이 커지며 창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LG 출신, 신약 개발 창업 주도

바이오 업계에서 샐러리맨 창업 열풍은 2000년대 이후 LG화학 출신들이 주도해왔다. 신약 개발 창업이 많아 바이오 창업사관학교로 통할 정도다. LG화학 출신 창업자 또는 대표가 있는 바이오 상장사는 크리스탈지노믹스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수젠텍 알테오젠 파멥신 펩트론 피씨엘 등 8개다. 시가총액은 5조원을 훌쩍 넘는다.

항암 등 신약 개발에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기술 수출에 성공한 바이오 회사는 대부분 LG화학 출신이 창업했다. 작년 11월 알테오젠이 1조6000억원을, 레고켐바이오가 올해 두 건(약 7700억원)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펩트론도 기술 이전 계약을 논의 중이다.

LG화학 출신들은 복제약 중심에서 벗어나 국산 의약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한 경험을 창업 밑천으로 삼았다.

LG화학 출신 창업자들이 신약 개발 조언이나 기술 이전을 도우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2017년 레고켐바이오에서 사들인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을 2년 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약 금액은 1조5000억원이다.

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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