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이재용 기소 땐 삼성 경영 마비…경제에 초대형 악재"

입력 2020-06-21 17:31   수정 2020-10-07 18: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오는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타당한지 판단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심의위는 검찰이 2018년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다. 외부 인사들이 수사 절차 및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논의한 뒤 권고안을 내놓는다. 강제성은 없지만 지금까지 검찰은 심의위의 판단을 거스른 적이 없다. 삼성을 비롯한 경제계가 심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기소 못 피하면 경영차질 불가피”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은 피했다. 그럼에도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경영차질과 함께 경제 전체에 초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의 재판 일정을 감안할 때 경영에 할애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2017년 이뤄진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때도 이 부회장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첫 재판이 열린 것은 2017년 4월 7일이다. 1심 선고가 이뤄진 8월 25일까지 4개월여 동안 53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 소요된 시간을 합하면 477시간50분에 이른다. 하루 평균 9시간 안팎을 재판정에 머물러야 했다. 6월 7일엔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이 다음날 오전 1시8분에 끝났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3일에 한 번꼴로 재판정에 출석해 종일 재판을 받아야 했다”며 “재판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 재판 준비를 위해 따로 할애해야 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회사 일은 거의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기소가 결정되면 2017년 재판 당시보다 심각한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기록만 20만 쪽”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괘씸죄’를 무릅쓰고 심의위를 요청한 것도 재판 결과에 자신감이 있어서란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쟁점이 많고 견해차도 크다”며 “기소가 결정되면 재판이 몇 년을 끌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으름장 인정하는 꼴”

삼성의 캐시카우인 반도체산업은 ‘오너 비즈니스’로 불린다. 한 번에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수시로 단행해야 해서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이라 하더라도 ‘사인’ 한 번에 회사 명운이 바뀔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인텔과 AMD를 꺾고 세계 1위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로 올라선 엔비디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계 1위인 대만 TSMC 등도 오너 경영자가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M&A(인수합병)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배경이다.

경제계도 “지금은 이 부회장이 꼭 필요한 타이밍”이라며 “이 부회장 기소 땐 중요한 의사결정이 중단되면서 경영 시스템도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 때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찾아 대응책을 마련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이슈가 산적한 지금도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최소 7억7000만달러(약 93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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