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25년 IPO 베테랑이 ‘리츠시장 도약’ 자신하는 이유

입력 2020-06-23 11:06  

≪이 기사는 06월22일(05: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주식을 사는 건 일반 투자들에겐 꼬마 빌딩 투자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요즘에 상장하려는 리츠들은 대부분 공모가 대비 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원한다면 리츠보다 좋은 상품은 없습니다.”

기승준 미래에셋대우 공모리츠금융팀장(상무)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기업 공개(IPO) 전문가다. 25년간 증권업계에서 일하면서 대부분 기간 동안 기업 주식 상장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까지 미래에셋대우의 IPO 본부장으로 일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 스튜디오드래곤, 라온피플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12월 기 상무는 IPO본부를 떠나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된 신생 부서인 공모리츠금융팀으로 옮겼다.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대우가 공모 리츠 상장 분야를 본격적으로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 따랐다. 앞으로 공모 리츠가 대거 상장될 것을 대비해 IPO 전문가인 기 상무에게 업무를 총괄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공모리츠 활성화 대책이 상장 붐 일으켜

금융투자업계에선 올 연말까지 7~8개 공모 리츠들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 리츠 종목(7개) 보다 더 많은 수의 리츠들이 반년 안에 시장에 등장한다는 말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설립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지난 16~17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며 상장 스타트를 끊었다.

기 상무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공모 리츠 활성화 대책이 지금처럼 여러 리츠들이 동시에 상장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길을 넓히고, 부동산 투자를 선진화하기 위해 공모 리츠 시장의 성장을 유도하는 여러 정책을 내놓은 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중에서도 자산운용사들에게는 재간접 리츠를 본격적으로 허용한 게 효과가 컸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서는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바탕으로 리츠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이라고 기 상무는 거듭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리츠 상장 전담팀 만들어

기 상무의 설명처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 3월부터 공모 재간접 리츠가 취득할 수 있는 사모 펀드의 지분 비율이 기존 10%에 완화됐다. 지분 제한 규제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마스턴투자운용이 프랑스 파리 인근 뇌이쉬르센 시에 있는 크리스탈파크 빌딩에 투자한 자사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재간접 리츠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규제 완화 덕분이었다. 올해 첫 상장 리츠인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도 펀드 수익증권을 자산으로 삼은 재간접 리츠다. 기 상무는 미래에셋그룹 역시 해외 상장 리츠들의 주식을 자산으로 삼는 ‘글로벌 재간접 리츠’의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말 국내 증권사 중에서 최초로 공모 리츠의 상장 작업을 전담하는 공모리츠금융팀을 신설했다. 8명의 인원으로 이뤄진 작지 않은 규모의 팀이다. 앞으로 국내 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전담팀을 신설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에서 공모 리츠 IPO 전문 부서를 운영하는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2019년 말 신설)뿐이다.

미래에셋대우 공모리츠금융팀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립한 ‘맵스제1호리츠’의 상장 대표 주관사 업무를 맡아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리츠는 경기 광교신도시(수원시 영통구)에 자리 잡은 광교센트럴푸르지오 내 상업시설을 자산으로 만들어진 리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 부동산 펀드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한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 내 알파돔시티 6-1·2블록 빌딩이 준공되면 이 두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묶은 대형 리츠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 35만6289㎡에 달해 서울 여의도 63빌딩(연면적 23만8429㎡)보다 1.5배나 큰 데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입주사로 맞아들인 이 리츠가 상장할 경우 국내 최대 규모 상장 리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입주가 마무리되는 2022년 말~2023년 초 무렵에 이 리츠가 상장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리츠이기 때문에 상장 작업에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대우가 공모 리츠 상장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 데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초저금리 지속될수록 시장은 커질 수밖에

기 상무는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안겨주는 리츠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 상무는 “요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리츠들을 보면 대부분 공모가 대비 6% 이상의 배당수익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회사(리츠)가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 리츠의 주 수입원은 자산으로 삼고 있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인데 임대만 잘 되면 회사가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데는 큰 문제가 없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90%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이어 “경제 상황과 업황에 따라서 회사 매출과 이익이 들쭉날쭉한 일반 회사들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라며 “앞으로 점점 더 리츠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리츠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리츠를 상장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모 리츠를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요건인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인가 신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KTB자산운용과 캔달스퀘어자산운용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AMC 본인가를 받았으며 BNK자산운용은 AMC 인가를 신청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건설업계에도 리츠 운용에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과 SK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업체인 SK디앤디는 이미 리츠 AMC 자격을 획득하고 리츠 사업을 개시했다.

기 상무는 “리츠 자산관리회사들이 한 종목만을 상장하고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회사 당 2~3개씩의 리츠는 상장하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피스·상업시설 치중 기초자산은 단기간에 바뀌기 힘들어

DWS자산운용(구 도이치 자산운용)이 발표한 보고서에 다르면 한국 리츠 시장의 규모는 일본 1%, 홍콩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의 규모가 작은 것과 함께 오피스 건물과 상업시설에만 투자가 편중된 것도 한국 리츠 시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리츠들이 투자한 상품 중에서 상업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68%, 오피스 건물의 비중은 30%에 달한다. 주거, 헬스케어, 산업,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상품에 폭넓게 투자하고 있는 해외 리츠들과는 대비된다.

리츠들의 기초 자산이 특정 부동산 상품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 상무는 “다양한 종류의 리츠가 등장하면서 점점 리츠들의 자산군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 상무는 “올해 캔달스퀘어리츠가 상장하면 한국에도 물류시설을 전문으로 하는 리츠가 상장되는 셈”이라며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처럼 주유소를 자산으로 삼은 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처럼 민간임대주택을 자산으로 삼은 리츠도 상장될 예정인 만큼 한국 리츠들의 자산도 다양해질 추세”라고 짚었다.

다만 여전히 한국에서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시설만큼 임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는 자산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시설이나 주거시설, 호텔, 데이터센터, 헬스케어센터 같은 자산으로 리츠를 만든다고 했을 때 연 6%의 배당 수익률을 자신하기에는 아직 힘든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리츠 자산관리회사들이 새로운 유형으로 자산으로 리츠를 만들어도 오피스·상업시설 리츠만큼 수익률을 낼 있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국내 리츠들의 기초 자산이 빠른 속도로 다양화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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