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조성하더니…기안기금 두달째 개점휴업

입력 2020-07-03 16:43   수정 2020-10-07 16:35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고용 불안에 대응할 특단의 대책이라며 정부가 초고속으로 추진했던 40조원짜리 기간산업안정기금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당초에는 지난달부터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지원신청 공고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속도감 있게 자금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정부도 이제 와서 ‘기안기금은 유사시 버팀목’ 역할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원은 빠를수록 좋다더니…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출범 이후 두 달이 다 돼가는데도 기업들에 필요한 자금을 신청하라는 공고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신청도 받지 않고 하반기에 1조원 정도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고, 저비용항공사(LCC)는 지원 대상에서 아예 빼버렸다. 항공을 제외한 업종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기안기금이 실제 가동될 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안기금 설치 방안이 지난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는 일사천리였다. 바로 다음날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1주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공포될 때까지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산은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실제 기업에 지원이 이뤄지는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심의위원 의견 조율 ‘삐걱’
금융권에서는 기안기금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지원 대상이 크게 축소된 것에서 먼저 찾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등 7대 기간산업을 거론했다가 산은법에는 항공과 해운업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가능하도록 바꿨다”며 “항공이나 해운업도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에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의 기준을 들이대다 보니 수혜 대상이 대한항공 등 일부 회사 외에는 남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고용 보장과 이익공유 제도 등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용심의회를 구성하는 7명의 위원이 저마다 생각이 달라 의견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여야, 3개 정부 부처, 산업계 등에서 위원들을 추천하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까지 돈다.

정부 쪽에서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4월보다 경제 위기감이 줄어든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위기가 정점이었을 때는 시장을 압도할 대책이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돈이 한 푼도 쓰이지 않았지만 40조원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갖도록 한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안기금은 유사시 시장안정판으로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기금의 역할 변화를 시사했다. 기안기금은 다음 주 초 쯤 기업 자금 신청 공고를 내기로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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