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현대산업개발 회사채 꺼린 기관의 ‘트라우마’

입력 2020-07-08 09:45   수정 2020-07-08 09:49

≪이 기사는 07월08일(06: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공능력 9위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회사채 투자 수요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모두 3000억원어치를 발행하려 지난 6일 수요예측을 했는데요. 이튿날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종 참여금액이 110억원에 그쳤습니다. 평가금리(민평금리)에 최고 1.20%포인트(5년물 기준)를 더 지급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청약 미달의 핵심 배경은 자산규모 두 배를 웃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우려로 보입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모두 네 차례 회사채를 발행했는데요. 모두 수요 초과(오버부킹) 성적을 거둘 만큼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관의 보수화 영향도 있지만, 지난달 23일 발행한 SK건설 회사채가 오버부킹을 달성한 점을 감안하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기관의 우려는 과거 안 좋은 기억 탓이 큽니다. 강력한 ‘트라우마’ 중 다수는 경기가 좋았던 2006년에 발생했는데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기업의 과감한 결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두 ‘승자의 저주’로 변해버립니다. 이후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채권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겼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증권신고서 투자위험 항목에 ‘아시아나항공’을 70여 차례나 언급해야 했습니다. “열위한 수준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위험이 당사에 일부 전이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택건설업 호황에 힘입어 2017년 ‘A+’로 올랐던 신용등급에도 현재 이런 가능성을 반영해 ‘부정적 검토’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금융위기 때처럼 승자의 저주를 가져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건설사의 항공업 인수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합니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결정 때보다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오른 SK텔레콤의 사례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기관은 고수익 기회를 놓친 셈이 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발행할 회사채 금리는 5년물 기준 연 3.5% 수준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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