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격의료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열자

입력 2020-07-08 18:09   수정 2020-07-09 00:17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왔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도 한편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원격기술혁신과 규제완화를 코로나 이후 핵심 변화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코로나 위협 속에서 원격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일찌감치 실시간 화상 회의 기술을 채택해 비대면 강의를 시작했고, 초·중·고등학교의 온라인 개학도 원격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충분한 준비가 없던 터라 우려가 컸지만,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덕에 불편하지만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각종 세미나는 웨비나(웹+세미나)로 대체되고 있는데, 전달과 소통의 효과에서 큰 차이가 없고 발표자 초빙과 참석자들의 이동 비용을 대폭 절감해주고 있어 코로나 이후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높아진 수요에 힘입어 지금의 원격기술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는 혁신이 이어져 미래의 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코로나 대응에서 헌신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의료 부문에서도 코로나 이후 원격기술 혁신이 예상된다. 바로 원격의료다. 원격의료는 말 그대로 원거리 통신과 정보기술을 이용해 원거리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원격의료 논의는 20년 전에 시작됐지만 그동안 이해 집단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규제에 발이 묶여 첫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일반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고 감염 노출의 예방이 필요해지자 정부는 지난 2월 말 ‘전화상담,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물론 고도화된 원격기술이 적용된 형태는 아니지만 ‘대면진료’의 원칙을 넘어선 획기적인 변화다.

이번 조치에 대한 국민 생각은 긍정적이다. 코로나 같은 긴급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의 사회적 편익이 반대쪽에서 우려하는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평소에 체험하지 못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평소에도 우리 사회는 원격의료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흔히 원격의료라고 하면 도서 산간 주민에 대한 서비스로 인식하는데, ‘원격’은 단순히 지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격의료는 거동 불편에 따른 의료접근성 제한을 개선할 수 있고, 환자의 시간적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진료 영역을 넘어 환자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환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급증에 비해 의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원격의료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이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은 규제완화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키워드로 꼽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교훈삼아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비슷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혁신이 필요한데 규제는 혁신의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간 장벽을 허무는 융합적 기술혁신을 뜻한다. 규제와는 함께할 수 없는 새로운 길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는 대공황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규제개혁은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를 살리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 혁신을 유도하기 바란다. 규제개혁에 따른 혁신은 기업만 살리는 것이 아니며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다. 원격의료 허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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