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요구를 자신의 기회로…창의적인 협상 자세를 가져라

입력 2020-07-09 15:12   수정 2020-07-09 15:14


지방 소도시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안모 사장은 다세대 건물을 짓는 계약을 놓고 집주인과 협상을 벌였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집주인이 엉뚱한 제안을 했다. 공사가 지연될 경우 상당한 액수의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주인이 갑자기 지체보상금을 요구한 이유가 뭘까. 건물이 예정대로 완공돼야 제날짜에 입주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빨리 입주하면 그만큼 임대수익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 사장은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요구대로 공사가 지연되면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니 집주인 표정이 밝아졌다. 안 사장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만약 공사가 ‘더 빨리’ 끝나면 조기완공 보상금을 달라고 제안했다. 제안의 의미를 파악한 집주인은 흔쾌히 수락했다. 풀기 어려웠던 협상이 양쪽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는 상대로부터 어려운 요구를 받으면 대부분 ‘어떻게 하면 수락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노련한 협상가는 상대의 요구를 자신의 기회로 해석한다. 상대가 제시한 논리를 그대로 되받아친다. 안 사장처럼 공사지연 시 지체보상금 지급이라는 ‘요구’를 조기완공 시 보너스 지급이라는 ‘기회'로 만든다. 이런 ‘되치기’기법은 협상에서 잘 먹힌다. 상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

경기 안산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신모 대표는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었다. 고민 끝에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했다. 컨설팅 회사는 몇 주 동안 내부 조사를 한 뒤 신 대표를 찾아왔다. “저희가 제안하는 프로세스를 2년만 따르시면 매출이 300억원 이상 늘어납니다. 컨설팅 비용은 15억원입니다”

매출이 늘어나면 좋지만 섣불리 컨설팅만 받았다가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협상해야 할까. 신 대표는 이렇게 제안했다. “착수금으로 우선 5억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2년 후 말씀하신 대로 매출이 지금보다 300억원 이상 늘어나면 잔금 10억에 2억을 더 드리겠습니다. 단, 목표 달성을 못하면 착수금 5억원 중 2억원은 돌려주세요.” 컨설팅 회사는 15억원이 아닌 17억원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신 대표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이고 손실을 기록하게 될 위험은 줄일 수 있게 됐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는 더 열심히 매출을 올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요구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상대가 제시한 요구에 매달리지 않고 욕구를 파악한 뒤 상대 논리를 역이용해 자신의 기회로 만든 것이다. 둘째,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고 ‘상황’ 그 자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상황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협상기법이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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