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성소피아, 박물관서 이슬람사원으로…종교 균형 깨지나

입력 2020-07-13 11:38   수정 2020-10-11 00:02


터키 아야소피아(성소피아 박물관)를 놓고 터키 정부와 국제기구·각 종교계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터키 정부가 현재 박물관인 아야소피아를 이슬람 성전인 모스크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자 각국과 종교 지도자 등이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6세기 대성당으로 건축된 아야소피아는 이후 모스크로 바뀌었다가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내부 종교행위가 일절 금지돼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 기도회에서 "성 소피아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말했다. 터키가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개조하려는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AP통신은 "이는 전날 세계교회협의회(WCC) 위원장이 터키의 결정에 대해 '비탄과 실망'을 표하며 강하게 항의한 데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주 아야소피아를 이슬람 모스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10일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아야소피아 박물관 지위를 박탈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아야소피아를 터키 종교청이 관리하는 모스크로 바꾸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터키 정부는 오는 24일 아야소피아에서 86년만에 처음으로 이슬람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터키 당국은 일단은 이슬람 교인을 비롯해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아야소피아를 개방한다.

세계 곳곳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야소피아가 특정 종교만을 위한 시설로 개조되면 그간 유지해온 '종교 균형'이 깨진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은 성명을 통해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성소피아의 지위를 변경하면 이 문화유산이 서로 다른 종교와 전통,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터키의 결정 발표 후엔 "결정에 실망을 표한다"고도 밝혔다. 그리스는 “이번 결정은 사실상 도발"이라며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경 비판했다. 프랑스도 결정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네스코는 터키최고행정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터키가 아야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꿀 경우 세계유산 지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터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아야소피아를 모스크로 지정한 것은 주권 행사 차원의 일"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것은 터키의 주권을 공격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소피아는 동로마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537년 건립한 그리스정교 예배당이다. 이후 오스만투르크가 도시를 차지하자 모스크로 개조됐다.

터키 정부는 1935년 종교간 분쟁을 지양하자며 아야소피아를 종교 건물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지정했다. 내부에서 종교 행위도 금지했다. 아야소피아는 두 종교의 역사가 혼재된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터키 관광 명소가 됐다. 1985년엔 아야소피아가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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