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입자 보호한다는 '임대차 3법', 결국 또 세입자 울린다

입력 2020-07-28 18:18   수정 2020-07-29 00:10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2년 전세 뒤 임차인이 원하면 2년 더 살 수 있게 하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상승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의 조기 입법을 공언하자, 서울 전셋값이 수천만원 급등하고 전세매물 품귀 현상까지 벌어져 임대차 보호의 역설을 새삼 확인케 한다.

임대차 3법은 전세금 급등을 막아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다. 집값이 오를 때는 물론이고, 안정될 때에도 전세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정치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임대차 규제 입법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 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결과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임대차 3법도 결국은 세입자를 울릴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임대인을 강력히 규제할수록 임대매물이 줄어드는 것은 그동안 상가든 주택이든 임대차 시장에서는 흔히 봐왔던 현상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인상률 통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거꾸로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전셋값을 높여 새 세입자와 계약하게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집주인이 본인 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경우 최소 2년의 의무거주 기간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전세대란은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또 다른 단면이다. 22번의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이 뛰니 전셋값도 덩달아 오른 데다, ‘로또 분양’을 만들어 놨으니 청약대기자들의 전세수요가 늘었고, 다주택자를 규제하니 매물이 나오기보다 증여가 더 늘어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다 세제 혜택을 줘가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던 정부가 갑자기 이들을 투기꾼 취급하니 전세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이 세입자 주거안정 대책인지부터 의문이다. 약자 보호의 당위성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이미 ‘최저임금 1만원’과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약자들의 일자리와 일거리부터 줄인 역효과를 확인하지 않았나. 취지만 그럴싸한 정책이 늘 가장 약한 사람들을 울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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