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 알바에 고용보험 흔들…'관제 일자리' 폐해 직시하라

입력 2020-08-10 17:53   수정 2020-08-11 00:35

일부 노년층의 실업급여 중복 수급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한경이 고용노동부 ‘업종·연령별 실업급여 반복 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8월 10일자 A1,10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를 타간 사람 중 직전 3년간 세 번 이상 수급자는 60대 이상(37.7%)이 가장 많았다. 반복 수급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대표적 공공일자리로 꼽히는 ‘공공행정업’(32.6%)이었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로 실업자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만큼 실업급여 지급액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고용보험의 취지가 실직 근로자의 생활안정 및 구직활동 지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공공일자리가 실업급여 중복 수급의 주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안전망을 강화한다며 작년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기간과 금액을 크게 늘린 결과 실직자는 최장 9개월간 총 16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 일해서 버는 돈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일자리에 집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코로나 사태로 빠르게 소진돼 가는 고용보험기금이 연내 ‘바닥’을 드러낼 공산은 더 커졌다. 고갈되면 기업과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는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 고갈 위기는 공공일자리 확대의 폐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경기부진에다 최저임금 급등 등의 여파로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자 세금을 투입해 노년층 ‘단기 알바’ 일자리를 늘려왔다. 2016년 33만 개이던 노년층 공공일자리가 올 들어 70만 개를 넘어섰다. 그 결과 일자리가 회복되는 듯 보였지만, 이는 취업자 수만 부풀린 ‘통계 분식(粉飾)’일 뿐이다. 단기 알바 확대를 비롯한 공공부문 비대화가 청년 일자리를 구축(驅逐)한다는 실증연구 결과도 무수히 많다.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시 코로나발(發) 고용 충격에 대비한다는 미명 아래 전체 상장사 임직원 수에 육박하는 156만 개 일자리를 공공부문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뒷감당은 우리 몫이 아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관제(官製) 일자리’가 가져오는 악순환을 직시하고, 일자리 정책을 규제혁파와 연계해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뻔히 보이는 폐해를 언제까지 못 본 척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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