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택한 이동걸 "현산 유상증자 규모 2.2조→1.5조로 줄여주겠다"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0-08-26 16:18   수정 2020-08-26 16:25

≪이 기사는 08월26일(15: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살 경우 채권단이 '파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HDC현산과 산은이 비슷한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자본을 확충해 주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즉답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정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에 이미 지원한 영구채 등 8000억원 외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서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대폭 줄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를 위해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와 관련해 산은 내에서는 추가로 7000억원을 더 지원해 총 1조5000억원 가량을 자본으로 확충해 주자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현산에서는 당초 계획한 2조1772억원 유상증자 대신 1조5000억원만 유상증자를 해도 부채비율을 상당히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게 산은의 계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계약금액을 깎아달라는 HDC현산 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HDC현산이 당초 계약금액보다 1조원 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당초 합의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금호산업에게 지급해야 하는 구주 대금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줄어든 유상증자 규모만큼의 금액은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한도대출(크레딧라인) 방식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원래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으면 8000억원을 돌려받을 생각이었으나, 이를 돌려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또 추가로 영구채(자본) 혹은 대출 형태로 자금을 확충해 주면 아시아나항공은 양쪽에서 총 3조원 규모 자금을 수혈받는 셈이다. 다만 이 계산에는 일부 이미 사용된 돈이 포함되어 있다. 또 일부는 앞으로 아시아나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된다. 최종 보유 현금 규모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현재 수준으로 2~3년은 지속된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시나리오에 따라 계산을 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회장이 정 회장과 만나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HDC현산이 우려하는 '공동 주주 체제'를 피하기 위한 장치도 여러가지 마련했다. 만기가 도래했을 때 발행자(회사) 측에서 기한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는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의결권은 없다.

산은은 영구채를 가지고 있다가 코로나19가 잦아든 뒤에는 이를 주식으로 바꿔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비용 부담을 덜어주되,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지 않고 현산에 팔거나 시장에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산이 해당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되 여력이 없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이를 매각해 현산의 1대 주주 지위를 흔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내에 현금이 상당 수준으로 확보되고 부채비율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오면 기존에 연 7%대에 발행한 영구채를 더 싼 대출로 바꿔주는 것도 선택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HDC현산이 1조5000억원 가량의 금액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HDC현산으로서는 이마저도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산은은 HDC현산에 이런 내용을 담은 '마지막 제안'을 해 본 뒤 HDC현산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렬을 선언할 계획이다.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자율협약 체결 등을 통해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한 뒤 순차적으로 재매각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재매각을 한다면 차기 인수 후보에 HDC현산에 제안한 내용 중 대부분을 그대로 적용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에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특혜 시비도 피하겠다는 취지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문제 등을 들어 12주에 걸친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 회장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이는 대신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강경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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