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아시아나항공 인수 답장 늦어지는 HDC현산.. '결렬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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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31 14:54   수정 2020-08-31 17:12

[마켓인사이트]아시아나항공 인수 답장 늦어지는 HDC현산.. '결렬로 가나'

≪이 기사는 08월31일(08: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에 보내기로 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에 관한 세부 사항을 담은 '답장'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HDC현산의 답장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등 아시아나항공의 '플랜B'에 빠르게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31일 정부 및 채권단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8일까지로 예정됐던 답장 시한을 넘겼다. 산은은 31일 중 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만나 정 회장 측에 인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답장'을 달라고 했다. 답장에 어떤 내용을 써 달라고 요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HDC현산이 원하는 인수의 세부 조건에 관한 내용을 적어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26일 회동 전에 채권단과 HDC현산이 각각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씩 자본을 추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HDC그룹의 인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26일 회동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내용은 HDC현산 측에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테니 정 회장이 인수 여부는 아니더라도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내 달라는 게 산은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HDC현산은 딜의 초반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과 '지분율'을 중요한 지표로 여겨 왔다. 부채비율은 아시아나가 계속기업으로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고, 지분율은 그렇게 상태가 개선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 HDC현산이 어느 정도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아시아나항공이 악화된 부분을 상당부분 보전하여 HDC현산에 넘겨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반면 HDC현산은 그런 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올초 회계법인에서 문제삼은 아시아나항공 내 내부관리제도의 문제 등이 개선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실사에 대한 요구도 이런 의심과 관련이 있다.

양측이 1조5000억원씩 자본을 투입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채권단 전망에 대해서도 HDC그룹은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자본비율은 이미 채권단에서 작년 4월 5000억원, 올해 6월말 3000억원씩 총 8000억원어치 영구채를 투입해 준 데 따른 결과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1조1161억원이나 여기에 자본잉여금(8859억원)과 이익잉여금(-1조4832억원) 등을 모두 더한 자본 총계는 5604억원에 불과하다. 영구채 부분을 자본에서 빼고 생각하면 사실상 이 회사의 자본은 이미 잠식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채권단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 2차례에 걸쳐 총 3조3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할 때 1조6000억원어치(영구채 5000억원 및 대출과 신용공여 포함) 지원을 해줬고, 올해 4월에 다시 1조7000억원어치 자금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 자금 중 대부분은 기존 대출의 상환 등으로 사용되고 수천억원 가량만 남아 있다.

HDC현산과 채권단이 각각 절반을 부담하여 3조원의 자본금을 투입해서 올 연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비율을 400% 아래로 끌어들인다고 하더라도 부채가 12조8000억원 규모인 것은 변함이 없다. 이자비용 부담만 연 570억원씩 나오는 기존 8000억원 영구채를 대출로 전환한다면 자본 규모는 3조원이 아니라 2조원 가량이 되고, 부채비율은 500~600% 수준으로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채권단은 HDC현산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틀어질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최대 2조원까지 신용공여 등을 열어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부채비율 등으로 인해 기존 리스계약, 자산유동화증권(ABS) 계약 등이 모두 일시 상환요구를 받는다는 전제로 연말까지 2조원 가량의 추가 자금이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리스계약 해지 주장을 꺼낼 상대방도 많지는 않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금액은 3000억~4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HDC현산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지는 미지수다.



물론 공동 투자 등의 제안이 없었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 영구채는 의결권이 없고, 전환시에도 단가 조정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났을 때 영구채를 액면가 수준에서 HDC현산이 살 수 있다는 제안도 채권단으로서는 상당한 양보에 해당한다. 그러나 HDC그룹의 고민을 해소할 정도일지는 알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채권단 측 영구채(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해서도 주식으로 전환시 적용되는 단가를 대폭 올리거나 일부 비율 감자를 하는 등의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가운데 단가 조정은 검토 가능하다는 게 채권단 입장이다. 감자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자금을 넣자마자 감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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