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팔아야" vs "日 좋은 일만 할 수도"…니켈 광산 매각 논란

입력 2020-09-02 11:52   수정 2020-09-02 14:59



“한국은 자원이 없는 나라기 때문에, 이번에 광산을 다 팔아도 결국 언젠가는 다시 해외 자원개발을 시도하게 될 겁니다. 그 때는 각종 기술과 노하우가 전부 사라진 다음이겠죠. 광물 개발은 20년은 돼야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니켈 가격도 뛰는데, 얼마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암바토비 광산을 안고 가는게 맞다고 봅니다. 특히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스미토모그룹에게 모든 지분이 헐값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광물자원공사 A 이사)

“매년 막대한 손실이 나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합니까. 이미 2조1000억원이 들어가서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제 값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하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갖고 있으면서 속절없이 손실만 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광물자원공사 B 감사위원)

광물자원공사가 2조1000억원을 투입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사업을 둘러싸고 매각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와 광물공사는 암바토비 광산을 내년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때까지 막대한 손실이 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니켈과 코발트로 만든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향후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손실을 감내하며 미래를 도모할 것인가, 싼 값에라도 지분을 빠르게 팔아넘겨 ‘손절’할 것인가. 광물공사가 매각한 지분을 가져갈 곳으로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각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2년간 광물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전수 분석해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천덕꾸러기' 였던 암바토비 니켈 광산
암바토비 광산은 니켈 원광 1억4620만t이 매장된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이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 지분 33.3%를 보유 중이다. 일본 스미토모(지분 47.67%)와 캐나다 셰릿(12%)도 참여하고 있다.

실적은 초라하다. 각종 사고 때문에 예상보다 생산량이 낮아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5년에는 사이클론으로 인해 조업이 중단됐고, 2019년에는 수소공장에 사고가 나면서 생산량이 떨어진 데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광물가격 하락이 겹쳤다. 이로 인해 장부가치는 1조1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1조원의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매각 반대측 “핵심 자원 확보해야, 일본 넘겨줘선 안돼”
하지만 천덕꾸러기였던 이 곳이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등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암바토비 광산은 이전에도 국내 니켈 수요의 7~8%를 책임졌다. 자원개발 역사상 국내 전체 수요의 10% 가까운 양을 책임진 광산은 없었다. 이 광산을 팔고 나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생산국은 ‘경제 무기화’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작년 10월 니켈 원광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매장량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석을 직접 가공한 뒤 배터리 양극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산해 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암바토비에서 나오는 니켈이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적합한 고품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업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암바토비에서 나오는 니켈은 순도 99.8% 이상 고품질이다. 전기차 배터리용에는 이 같은 고품질 니켈만 쓸 수 있다. 니켈 가격도 상승세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1만1000달러에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올라 현재 1만5000달러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니켈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광물공사가 매각한 지분이 결국 일본 스미토모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부담이다. 스미토모는 현재 암바토비 광산의 절반 가까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회사의 자산은 90조원에 달한다. 민간 기업임에도 30~40년을 내다보고 자원개발에 투자할 기초 체력이 있다는 얘기다. 광물공사 이사회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이사회 참석자는 “스미토모상사는 광물공사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광물공사가 스스로 넘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지분을 헐값에 인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찬성측 "파는 게 손실 줄이는 길"


다만 광물공사는 매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손실 규모가 워낙 막대해서다.

지난해 이 광산이 본 당기순손실만도 4985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조업이 중단되면서 큰 폭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마다가스카르의 1인당 GDP가 고작 500~600불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위기가 조기 종식될 가능성은 낮다. 공동으로 지분을 사들인 캐나다 쉐릿과 국내 컨소시엄 참여 기업 등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지분 매각 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매각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지난해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해외 기업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불황이 맞물려 없던 일이 됐다. 이사회 일각에서는 “헐값이든 뭐든 산다고 하면 당장 팔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이사회 참석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2015년에도 암바토비 광산 매각을 고려했지만 팔지 않았다. 이후 1조원 안팎의 손실이 났다. 그 때 팔았으면 1조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얼마나 돈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이 광산으로 얻을 이익과 손해를 잘 저울에 달아봐야 한다. 파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광물공사는 내년 중 암바토비 광산 지분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광물공사 부채 상환을 위해 2023년까지 해외 사업을 전부 매각하도록 해서다. 되도록이면 국내 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내 매각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헐값 매각을 피하기 위해 매각 시점은 추후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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