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직원의 '셀프 대출'…재발 막을 제도개편 있어야

입력 2020-09-02 17:23   수정 2020-09-03 09:47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능력자’네요.” “지점 실적도 좋아졌을 텐데 억울하겠어요.”

최근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는 이 같은 은행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2일 기업은행 직원 A씨가 자신의 가족 앞으로 76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이었다. A씨는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5곳 등에 총 29건의 ‘셀프대출’을 감행했다. 이 돈으로 경기도 일대 약 30곳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면직됐다. 2016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매입해 얻은 시세 차익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가운 여론과 달리 은행원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A씨가 명확하게 범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셀프 대출’을 한 것은 맞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정을 어기진 않았다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은행원은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벌면 안 되는 것이냐”며 “현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것 외에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업은행도 내부 징계를 마쳤지만 후속 대처는 고심 중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A씨를 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사안이 계속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라고 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은행 일선 영업점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셀프 대출이 횡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원이 비윤리적 행위에 동조하는 것은 확실한 규정이 없는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투자용 대출이 필요하다면 다른 은행에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며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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