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목표로 잡은 국내 주식 비중은 17.3%다. 이미 올 상반기에 17.5%를 기록해 목표치를 넘어섰다.
국민연금은 코로나 폭락장 이후인 4월부터 두 달간 16조8610억원 규모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증시가 폭락한 틈을 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하반기가 되면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이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 특성상 목표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위해 급등한 종목을 매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카카오 이외에도 올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관련주인 삼성SDI와 엔씨소프트도 각각 2075억원과 11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잇달아 주식을 매도할 경우 연기금 비중이 높은 종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은 295개다. 이 가운데 120개가 넘는 종목의 보유 비중을 올 1분기 이후 확대했다. 종근당홀딩스, 한올바이오파마, 금호석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연기금이 주가를 끌어올려온 만큼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종목도 주의가 필요하다. 올 들어 연기금은 더블유게임즈 주식을 735억원어치 매수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의 5%가 넘는 액수다. 연기금은 F&F, 한독, 롯데관광개발 등도 연일 사들이며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했다. 일부 종목은 연기금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개인투자자 영향력이 커진 만큼 연기금의 매도 행진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센터장은 “과거엔 기관 힘이 막강해 증시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 장세는 개인 위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기금 매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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